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20일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해병대원 특검법 등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무더기로 상정·통과시켰다. 여당 위원들의 상임위 불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야당이 ‘대통령 거부권’ 늘리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날 첫 전체회의를 열어 양곡관리법·농안법 개정안, 농어업회의소법·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한우법) 제정안을 상정했다. 농안법을 제외한 3개 법안은 야당 주도로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넘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폐기됐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기준가보다 떨어지면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게 골자다. 문금주 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대표 발의한 한우법 제정안은 한우 수급 정책에 따라 한우를 도축하거나 축산물 가격이 하락하면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정부·여당은 두 법안을 두고 “비용 추산조차 어려운 포퓰리즘성 법안”이라며 반대해 왔다.
야당은 같은 날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와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상임위 독주’를 이어갔다.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한 법사위 법안심사 1소위에선 윤 대통령이 직전 국회에서 거부권을 쓴 해병대원 특검법이 가결됐다. 법사위는 오는 21일 해병대원 특검법 관련 입법 청문회도 열 예정이다. 민주당 소속 김승원 제1소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소위에서 (특검법안에 관해) 충분히 논의했다”고 했다.
환노위에선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근로자·노동조합의 정의를 불분명하게 하고, 불법 파업 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폐기물을 사용해 시멘트를 제조한 경우 사용된 폐기물의 종류와 원산지 등 정보를 공개하도록 한다.
앞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쓴 ‘방송 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상임위 단독 개최에 이어 법안 처리에 속도를 올리면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늘리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 관리를 위해 온갖 특검법, 수사방해법, 방송장악법 등의 악법이 줄지어 발의되고 있다”고 했다.
정상원/배성수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