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올림픽 개최지인 프랑스 파리로 떠날 준비 중인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문자를 받고 혼란에 빠졌다. 지난주 예약한 숙소가 돌연 취소되면서다. 숙소 측은 다른 이용자와 중복으로 접수돼 늦게 결제한 A씨의 예약을 취소한다는 취지로 안내했다. A씨는 "항공편과 여행지를 모두 결정해 놓은 상태라 1박당 10만원가량 더 주고 다른 숙소를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파리에 숙소를 예약한 30대 직장인 B씨 역시 최근 업체 측의 일방적인 취소 안내를 받고 다른 숙소를 알아보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B씨는 "취소된 방을 다시 확인해보니 예약 당시보다 200유로(약 30만원) 오른 가격으로 안내되고 있었다"며 "가격을 올려 받으려고 예약을 강제 취소한 것 같다"고 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26일(현지시간) 개막해 9월8일(패럴림픽 폐막)까지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기간 프랑스로 여행을 준비 중인 여행객들에게 이 같은 예약 취소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이들은 숙소 정비나 중복 예약 등을 이유로 취소 연락을 받았지만 속사정을 알 수 없어 제대로 항의도 못 하고 다른 숙소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숙소 비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일부러 취소 후 재예약을 받는다는 의심까지 나올 정도다. 전 세계인 방문으로 수요가 높아지며 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올림픽 특수'를 노린다는 것이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는 또 있다. 파리지역 숙소는 물론 주요 관광지 입장료, 교통비까지 오르면서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파리의 랜드마크 에펠탑 입장료는 약 20% 올랐다. 기존 29.40유로(약 4만4000원)에서 35.30유로(약 5만2000원)가 됐다. 앞서 루브르박물관도 입장료를 30% 인상해 일각에선 프랑스가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대규모 관광객이 유입될 것을 예상해 입장료를 올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지하철 요금도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진행되는 7~9월 한시적으로 2배가량 올리기로 하자 프랑스 시민들은 "올림픽에 오지 말라"며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보이콧 운동까지 전개하고 있다. 전 세계 관광객이 몰리는 행사를 앞두고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다. 이외에도 테러, 관광객을 노린 소매치기, 사기 등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여행업계에선 높은 물가로 패키지여행 상품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 시즌 서유럽에선 프랑스가 이탈리아 다음으로 많이 찾는 관광지"라면서도 "올해는 올림픽 때문에 항공, 숙박, 현지 물가가 너무 올라 상품 안내가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는 여행 일정 중 올림픽 기간이 포함된 상품에 '파리 시내 진입이 불가할 경우 인근 도시 관광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사전고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파리 여행 상품은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3~5개국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구성된다. 14시간에 달하는 장거리 여행인 만큼 한 국가에서 머무는 대신 다양한 국가를 방문하겠다는 수요가 많아서다. 이 때문에 올림픽 관람만을 위한 상품 수요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파리 올림픽 관람 상품은 일정 운영과 현지 고객 안전 통제 등의 이유로 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리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이 분석한 글로벌 인기 여행지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 관광지로 꼽힌다. 올해는 올림픽까지 열리며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관광청은 '2024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기간 파리에 최대 1600만명의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