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KT클라우드가 클라우드 사업 전략을 두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KT가 새롭게 추진하는 클라우드 사업이 KT클라우드의 기존 사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4일 마이크로소프트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IT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KT가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사업자(MSP)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KT그룹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CSP)를 맡고 있는 KT클라우드가 MSP 사업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KT가 직접 MSP 사업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CSP와 MSP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한다. CSP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공급한다. 해외에선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클라우드가, 국내에선 KT,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등이 대표적이다. MSP는 CSP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가져와 기업이 클라우드를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메가존, 베스핀글로벌 등이 해당한다.
KT는 연초부터 MSP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지난 2월 연간 실적 발표 자료에 KT는 중장기적으로 MSP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같은 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에서 인공지능(AI)을 접목한 MSP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KT클라우드는 KT의 MSP 사업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최지웅 KT클라우드 대표는 지난달 열린 ‘KT 클라우드 서밋 2024’에서 “KT의 MSP 사업은 KT클라우드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통상 MSP는 여러 CSP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확보해 기업의 선호에 맞춰 클라우드를 도입한다. KT가 MSP 사업에 뛰어든다면 자회사인 KT클라우드의 인프라는 물론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같은 다른 CSP의 인프라도 판매하게 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외산 CSP 인프라 선호도가 높다”며 “KT가 MSP 사업을 펼쳐도 KT클라우드와의 시너지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과거 LG CNS 대표를 지내며 회사를 MSP로 전환했다. LG CNS는 2021년 MSP 사업 비중을 높이며 AWS,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CSP와 협력했다. 자체적인 CSP 사업은 축소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CSP보다 MSP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한화생명, 엔씨소프트, 대한항공 등 대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하며 국내 MSP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LG CNS는 클라우드 사업 강세에 힘입어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5조원을 돌파했다.
KT는 MSP 전환을 필두로 한 클라우드 전략이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KT클라우드만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민간 기업의 클라우드 수요를 확보해 클라우드 사업을 키우고 통신 사업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AI 분야에 특화한 AI MSP로서 기업이 AI를 통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KT 관계자는 “구체적인 클라우드 사업 방향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오는 9월 정도에 그룹 내 클라우드 사업 방향에 대한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