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 출사표'에서 배우는 CEO의 자세 [더 머니이스트-조평규의 중국 본색]

입력 2024-07-02 10:44
수정 2024-07-02 18:00

오늘날 대부분 기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주식회사입니다. 소유는 주주가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하는 체제가 대세입니다. 중국의 오랜 봉건 역사 속에서 최고경영자(CEO)라는 직책을 가장 훌륭하게 수행한 사람으로 삼국지의 제갈량을 꼽습니다.

오늘날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은 전쟁 못지않게 치열합니다. 이에 따라 제갈량의 업적과 전략을 연구해 기업경영에 그의 지혜를 응용하는 중국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나라를 기업에 비유하면 황제는 대주주 회장이고 승상(오늘날의 총리급)은 CEO로 전문경영인에 해당합니다.

중국의 삼국시대 당시 유비 곁에는 관우, 장비 같은 명장은 있었으나 전체 판세를 읽을 전략가가 부족했습니다. 유비가 제갈량의 초려를 세 번째 방문했을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것(삼고초려)은 유비가 과연 큰일을 도모할 도량과 안목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제갈량은 서주 사람으로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승상으로 정치가이자 군사 전략가였습니다. 유비의 삼고초려를 받아들여 그의 막하로 들어갔습니다. 유비는 제갈량의 책략에 따라 형주와 익주의 땅을 점령했습니다. 손권, 조조와 천하를 세 조각으로 나눠(天下三分) 나라를 세웠습니다.

제갈량은 왜 20년 동안 강호를 떠돌아다녔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유비를 주군인 회장으로 선택했을까요? 유비는 비록 곳곳에서 얻어맞고, 패해서 달아나는 신세였으나 백절불굴 초심을 잃지 않는 인물로 자신과 함께 세상 끝까지 얽매일 가치 있는 진정한 주군의 그릇임을 확신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갈량의 인간 됨됨이는 '출사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출사표는 제갈량이 227년 군대를 이끌고 북벌을 위해 출발하면서 유선에게 올린 표문입니다. 유선은 촉한의 2대 황제입니다. 출사표는 중국 산문의 대표작으로 문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행간에 확고한 충성심과 국익 그리고 백성을 위한 애민 정신을 담고 있어 후세에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출사표에는 제갈량의 국가에 대한 충성의 정수가 담겨있습니다. 정사(正史) 삼국지 저자 진수는 유비가 나라를 들어 제갈량에게 탁고(託孤: 어린 임금을 신하에게 부탁함) 했으나 두 마음을 품지 않았음을 칭찬했습니다. 출사표가 심금을 울리는 것은 그가 훌륭하고 위대한 인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갈량은 충성을 다했습니다. 또 죽을 때까지 주군과의 신의와 약속을 지키며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가 후세에 남긴 유산은 중국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사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수천 년간 그를 지혜의 화신으로 여겼고 많은 기업가는 그의 지혜를 빌려 자신의 기업 경영 전략에 활용해 오고 있습니다.

제갈량은 유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약한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5차례 북벌에 나섰으나 모두 실패했습니다. 고대의 전쟁은 강자가 약자를 토벌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특이하게도 촉한은 약자이면서 강자인 위(魏)에 도전했습니다. 전쟁에 능한 그가 무모하게도 승산 없는 전쟁을 벌인 것은 자기를 알아준 유비에 대한 충심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관중이 쓴 소설 '삼국지연의'는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덧붙여 재미있고 교훈과 지혜가 담겨있어 짜임새가 나쁘지 않습니다. 소설 삼국지는 문학과 역사의 결합으로 제갈량의 이미지가 계속해서 미화되고 신격화되기까지 하였습니다. 다만,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는 분별력과 취사선택하는 역량을 갖추는 공부는 필수적입니다.

역사는 풍부한 지혜의 보물 창고입니다. 제갈량이 칭송을 받아온 것은 보상과 처벌을 명확히 하는 결단력을 보여주며 관리 업무를 철저히 수행한 경영자였기 때문입니다. 현대는 CEO의 능력이나 건강과 도덕성이 기업의 경쟁력과 가치평가의 주요한 요소입니다.

1800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온 제갈량을 통해 대(對)중국 사업을 하는 대주주나 전문경영인은 옷깃을 여미고 출사표를 읽으며 자기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일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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