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서부 내륙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의 공장 지대에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군이 이를 차단하기 위해 방해 전파를 발사했지만 위성 데이터와 지형 정보를 갖고 움직이는 인공지능(AI) 드론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오픈소스 정보 웹사이트 오릭스는 2022년 2월 24일 전쟁이 발발한 후 4월 말까지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에서 각각 전차 796대, 2900여 대가 파괴됐다고 집계했다.
파괴된 전차 중 상당수는 자폭 드론 공격에 따른 피해를 봤다. 전차 윗부분과 후방 엔진룸 등을 덮은 장갑판은 상대적으로 얇아 공중 공격에 취약하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모되는 우크라이나군 드론은 하루 300대, 한 달에 1만 대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맞서 러시아도 드론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작전 반경 약 2000㎞인 이란산 자폭용 무인기 ‘샤헤드-136’ 드론을 대량 도입해 활용했고, 최근 들어 자체 개발한 자폭 드론 사용을 늘리고 있다. 샤헤드-136은 민수용 장비를 대거 사용해 가격이 싼 데다 30~50㎏짜리 탄두를 싣고 2000㎞를 날아갈 수 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위원은 “드론이 우크라이나전에서 주목받은 건 ‘가성비’ 때문”이라며 “소형 드론은 적 레이더에 잘 탐지되지 않고, 현재 운용되는 군용 무인 항공기보다 획득비가 적어 전시에 매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드론에 AI가 장착돼 더 강력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부터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된 ‘스위치 블레이드 600’ 드론에는 적의 탱크 같은 목표물을 스스로 찾아가 공중에서 정확히 포탄을 떨어뜨리는 AI 기술이 적용됐다.
다음 단계는 AI를 이용한 군집 무인기(드론) 전쟁이다. AI 기반의 군집 드론은 다수·다종 무인기가 하나의 비행체 집단으로서 네트워크로 연결돼 상황을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복합 무기 체계다. 곤충 떼처럼 집단을 이룬 드론이 ‘물량 공세’에 나서면 적 방어를 뚫고 목표물에 도달할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3차원(3D) 프린터 등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만큼 어려운 일도 아니다.
최근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이 이뤄지면 중국에 지옥도(hellscape)를 보여주겠다고 하자 중국에서 ‘인민해방군 함대(드론 떼)’로 대응하겠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군집 기술을 활용하면 저가 무인기를 대량으로 운용해 적의 방어 체계를 압도하는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며 “드론은 미래 전장의 게임체인저”라고 평가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