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바이오 기업이 손잡고 상처 치료제 상용화를 위한 미국 합작법인을 연다. 피부가 찢어진 창상, 중증화상 치료를 위한 패치 등을 3년 안에 개발해 20조원에 육박하는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김순철 메디코스바이오텍 대표는 19일 “미국 록라인HC와 오는 8월 텍사스에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록라인HC가 자본금 3000만달러(약 415억원)를 확보해 두 회사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신설법인 메디록(MediRok)을 세운다. 메디코스바이오텍의 거미실크단백질 생산 특허 기술을 활용해 치료용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메디록은 추후 거미실크단백질 대량생산을 위해 메디코스바이오텍에 1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록라인HC는 세계 최고 암센터인 MD앤더슨 의학연구소에서 40년 넘게 교수로 근무한 프리체 허버트 최고과학책임자(CSO)가 은퇴 후 2021년 창업한 회사다.
에이셀을 창업해 인테그라라이프사이언스에 3억달러에 매각한 하잠 엘라리니 아폴로바이오 최고의학책임자(CMO)도 메디록 설립에 참여하기로 했다. 메디코스바이오텍의 기술을 살펴본 허버트 CSO와 엘라리니 CMO가 업체 측에 러브콜을 보내 법인설립이 성사됐다.
계약을 위해 한국을 찾은 앤 토머스 록라인HC 최고경영자(CEO)는 “허버트 CSO가 텍사스대 동료 교수에게서 메디코스바이오텍 기술을 소개받았고 기술력이 상당히 훌륭하다고 판단해 협업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상처가 깊은 3~4등급 창상은 적합한 치료용 패치가 없다”며 “미국에선 새로운 상처치료제 소재를 위한 혁신 기술 수요가 상당히 크다”고 했다. 미국 내 상처치료 시장 규모는 2020년 81억달러에서 2027년 130억달러로 커질 것이란 평가다.
메디코스바이오텍은 강남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과장을 지낸 유원민 CEO와 CSO를 맡고 있는 이상협 KAIST 특훈 교수 등이 2018년 창업했다. KAIST에서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거미실크단백질 생산 기술을 이전받아 보유하고 있다. 이 단백질은 상처치유 효과가 있는 데다 탄력성이 높아 군수물품, 섬유 소재 등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합성 난도가 높아 대용량 생산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메디코스바이오텍은 대장균을 활용한 합성 플랫폼을 개발해 생산력을 7배가량 높였다. 세포 재생력을 98%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얻었지만 국내에선 낯선 소재인 데다 상처 치료시장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 대표는 “미국 전문가들이 기술력을 인정하면서 미국 투자자의 관심이 오히려 커졌다”고 설명했다.
메디코스바이오텍은 피부·두피 조직 재생 화장품 닥터그라프트와 스파이더마를 해외 1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합작법인을 통해 미국내 병의원과 멕시코에 판매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메디코스바이오텍의 화장품 사업도 메디록에 편입해 현지 피부과 전문의들이 사업을 이끌어갈 계획이다. 합작 후 메디코스바이오텍은 메디록의 연구개발(R&D) 센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김 대표는 “거미실크단백질로 패치를 개발하면 줄기세포보다 저렴하고 콜라겐보다 항균·항염 효과가 높은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선 창상피복제 분야 기술수출도 활발하다”고 했다.
욕창, 당뇨발 환자 등을 위한 피복재 세계 시장 규모는 올해 기준 20조원으로 추산된다. 김 대표는 “미국 기업이 참여해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 등을 책임지면서 글로벌 진출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