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과 공간의 변화 [이지스의 공간생각]

입력 2024-06-19 15:11
수정 2024-06-21 13:56
이 기사는 06월 19일 15:1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역사적으로 기술 발전은 도시와 생활의 변화를 이끌었다. 19세기 철도혁명과 증기기관의 발명은 도시의 급격한 확장을 가능하게 했다. 철도는 물류와 교통의 혁신을 가져와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고, 산업화를 촉진했다. 사람은 더 넓은 지역에서 직장과 주거지를 선택하게 됐고, 도시 외곽 지역까지 개발이 이뤄졌다.

전기의 발명도 도시 구조를 크게 변화시켰다. 전기로 야간 활동이 가능해졌고, 공장의 운영 시간이 늘어나 산업 생산성이 극대화됐다. 아울러 전기 보급이 주택과 상업 공간의 설계와 운영 방식에 불러왔을 혁신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기술 혁신은 도시의 물리적 구조뿐만 아니라, 생활 방식과 경제 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 사회를 바꿔 갈 기술로는 단연코 인공지능(AI)을 꼽을 수 있다. AI는 설비 제어, 자동화, 보안 서비스 등 각각 분리된 장비와 서비스를 연계한 통합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에는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과거 직장인들이 도심지로 출근하는 주요 이유는 텔레매틱스, 팩시밀리, 복사기 등 첨단 장비 등이 갖춰진 ‘큐브팜 오피스’(Cube Farm Office)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반도체와 통신기술 발전으로 원격근무 환경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사무 공간의 필요성에 중대한 변화를 야기한다.

상업 관점에서 소비자 행태를 관찰하고 예측하는 알고리즘은 중간 유통업자를 대체한다. 오프라인 매장 공간의 축소, 도시 인근 풀필먼트(Fulfillment) 물류센터의 증가, 도시 내 라스트마일 거점 확산 등이 나타난다. 대형마트 주차장은 점차 한산해지고, 시내 소규모 택배차량 기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전통 유통업체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라이프스타일 및 체험형 매장으로 개편하고, 잔여 공간은 옴니 채널(Omni Channel)을 위한 배송기지로 전환하려 노력 중이다.

OTT(Over-The-Top) 서비스의 발달과 디스플레이 가격의 하락, 인터넷 및 이동통신 속도의 향상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관람객 감소라는 결과를 낳았다. 극장을 다른 용도로 전환해야 하는 시대적 흐름을 목도하고 있다.

부동산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이고 변화가 느린 분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대변혁의 시기에는 그에 맞춘 혁신이 필요하다.

상업용 부동산은 공용 공간의 점유 시간에 따라 임대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 유연한 평면 설계와 다목적 유틸리티를 제공하는 공간이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특히, 모듈러, 프리캐스트 공법 등을 통해 건축물의 유연성과 가변성을 확보하면 사용자의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공간이 단순히 물리적 자산이 아니라, 사용자 요구에 따라 유연하게 맞춰 가는 제품으로 거듭나는 것을 의미한다. 필요에 따라 조정이 쉽고,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하여 제공하는 것은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인구 고령화로 고령 인구에 대한 맞춤형 공간 수요가 대두할 것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을 갖춘 주거 공간은 거주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원격으로 제공할 수 있어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하기보다 자신의 주택에서 거주하고 싶어 하는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수영장이나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등의 물리적 시설이 주거단지 수준의 척도였다면, 기술을 기반으로 웰니스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주거단지가 더욱 각광받을 것이다.

또한, 자율주행과 UAM 등의 교통수단의 발달은 더 넓은 외곽지까지 주거지를 확산시킬 수 있다. 반대로 도심지 내 주차장 면적은 줄어들 수 있으며, 이는 라스트마일 창고 등으로 용도변경 해야 할 것이다.

장기투자가 기본인 부동산의 특성상 기술혁신과 사회변화에 적극 대응해 그 해법을 찾고 실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