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력 제품인 K9 자주포의 사업 영토를 루마니아까지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K9 자주포를 운용하는 국가는 루마니아를 포함해 10개국으로 늘어났다. K9이 서방 국가의 표준 무기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부는 루마니아 국방부가 추진한 자주포 도입 사업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종 선정됐다고 19일 발표했다. 지난 4월 양국 정상회담의 성과라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최종 협상을 위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루마니아를 방문, 안젤 틀버르 루마니아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계약 예상 물량은 K9 자주포 54문, K10 탄약 운반 장갑차 36대로 루마니아의 최근 7년간 무기 도입 사업 중 최대 규모다. 계약금은 총 9억2000만달러(약 1조2700억원)에 달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는 지난해부터 군 현대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견인포를 중심으로 이뤄진 구식 무기 체계를 전환하는 게 골자다. 이전까지 루마니아 육군은 자주포를 운영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러시아의 위협이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루마니아 국방부는 지난해 자주포 54문 구매 사업을 벌였다. 한국의 K9 자주포와 독일의 PzH5000, 튀르키예 T-155 등이 1차 입찰을 통과했다. 이후 루마니아 정부는 각국의 자주포를 저울질한 끝에 한국의 K9 자주포를 선택했다.
루마니아가 K9 자주포를 도입한 배경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K9 자주포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52%에 달한다.
이로써 K9 자주포 운용국은 루마니아를 포함해 총 10개국으로 늘어나게 됐다.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폴란드, 호주, 인도, 튀르키예, 이집트 등이 K9 자주포를 도입했다. 특히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가 차세대 자주포로 K9을 적극 배치하고 있다.
K9의 영향력이 커지자 지난 1월 한국을 비롯해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폴란드, 호주 등6개국이 모여 'K9 유저클럽 미팅'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 미팅에서 K9 제작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에 부품 공급센터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방산업계에선 K9 유저클럽이 사실상 군사 협력 협의체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