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억만장자, 가사도우미 노동 착취로 실형 위기

입력 2024-06-19 12:11
수정 2024-06-19 12:12

영국의 한 억만장자 가족이 별장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에 대한 노동 착취, 인신매매 혐의로 실형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스위스 검찰은 이날 제네바에서 열린 형사 재판에서 영국 최대의 부호 가족인 힌두자 일가 4명에게 노동착취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했다.

힌두자그룹 유럽 회장인 프라카시 힌두자(78)와 그 아내에게는 각각 징역 5년 6개월, 그 아들 아제이 힌두자의 부부에게는 각각 4년 6개월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법정 비용으로 100만스위스프랑(약 15억 5000만원), 직원 보상 자금으로 350만스위스프랑(약 54억원)을 지불할 것도 요구했다.

힌두자 가족은 순자산 370억파운드(약 65조원) 이상을 가진 영국 최대 부호 집안이다. 영국에서 금융, 정보기술(IT), 부동산 등 수십개 분야 사업을 한다. 최고급 스위트룸이 하룻밤 2만5000파운드(약 4400만원)에 이르는 래플즈 호텔도 이 집안 소유다.

이 일가가 처음 노동착취 등으로 피소당한 것은 6년 전이다. 민사 사건은 지난주 직원들과 합의했지만 형사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제네바 호숫가에 위치한 이들의 별장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한 여성은 일주일에 7일, 하루 최대 18시간을 일하고 고작 7스위스프랑(약 1만원)을 받았다. 이는 현지 임금 수준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수준이라고 검찰은 주장했다.

반면 '반려동물'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된 예산 문서에 따르면 이들 가족이 반려견에 쓴 돈은 연간 8584스위스프랑(약 1332만원)에 달했다.

힌두자 가족 측은 검찰의 주장을 부인했다. 변호인단은 '존엄과 존경'으로 대우받았다는 직원들의 증언을 인용해 검사가 급여를 오도했다고 반박했다. 직원들에게는 식사와 숙박이 제공된 만큼 급여만으로는 정확히 그들의 보수를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