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에 방북길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늦은 19일 새벽이 돼서야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탑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3대의 러시아항공 특수비행대 일류신(IL) 96-300 중 1대(RSD655)는 1시 15분께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했다. 나머지 2대도 오전 2~3시를 전후해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북에서 전용기를 4대나 출동시켰는데, 19일 새벽 비행한 3대를 제외한 나머지 1대는 전날 오전 이미 평양에 도착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초 18일 러시아 극동지역인 사하공화국 야쿠츠크를 방문한 뒤 저녁에 평양에 도착해 1박2일간 방북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밤늦게 야쿠츠크를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쿠츠크에서 평양까지는 비행기로 약 3시간이 걸린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평양에 머무르는 시간은 채 하루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오후부터는 베트남 방문이 예정돼 있다. 푸틴 대통령은 '피곤'이 가득한 채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장에 들어가게 됐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은 19일 회담에서 북러관계를 기존보다 격상시키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앞서 18일 오후 푸틴 대통령은 이 협정의 초안을 승인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평양 도착이 예상보다 매우 늦어지면서 저녁 시간대에 맞춰 성대한 환영 행사를 준비했을 북한 측도 행사 진행에 일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원래 '지각대장'으로 유명하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날 때 35분 지각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맞서 20분을 더 지각하며 회담이 1시간이나 지연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4시간 넘게 지각했다. 한국 정상과의 만남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에선 1시간 45분 늦었고,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 땐 50분 늦었다.
한편 전날 오후엔 서울에서 9년 만에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열렸다.한국과 중국의 외교부 및 국방부 고위급 인사가 마주앉았다. 우리 측에서는 김홍균 외교부 1차관과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이, 중국 측에서는 쑨웨이둥 외교부 차관과 장바오췬 중앙군사위 국제군사협력판공실 부주임이 참석했다.
외교부는 "양국은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 오물 풍선 살포 및 GPS 교란 등 일련의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이루어지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이번 방북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고 북러간 불법적 군사협력의 강화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