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봤던 그 집 나갔다고요? 진작에 계약할 걸 그랬네요. 비슷한 조건으로 다시 알아봐야죠."(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실수요자)
신축급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동구 고덕동과 상일동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연초 대비 집값이 수억원 상승하면서 집을 매수하기 위해 임장을 오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은 계좌 번호를 매수자들에게 주지 않는 등 상승기 때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고덕동 '고덕그라시움'(4932가구·2019년 입주) 전용면적 84㎡는 지난 14일 18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17억원이 최고가 였는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1억원이 더 오른 것이다. 올해 저점 15억5000만원(3월)보다 2억5000만원 뛴 수준이다.
이 단지 전용 59㎡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전용 59㎡는 지난 2일 13억75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거래된 12억8000만원(6일)보다 1억원 가까이 뛰었다. 올해 최저가 12억4000만원(2월)보다는 1억3500만원 상승했다.
고덕그라시움과 쌍벽을 이루는 상일동 '고덕아르테온'(4066가구·2020년 입주)도 비슷한 흐름이다. 고덕아르테온 전용 84㎡는 지난달 1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엔 13억9500만원에도 팔렸는데 이보다 2억3500만원 뛴 수준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과 거리가 좀 있는 단지들도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중이다. '고덕자이'(1824가구·2021년 입주) 전용 84㎡는 지난 5일 14억2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 올해 최저가인 12억8000만원보다 1억4000만원 올랐다.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2019년 입주) 전용 84㎡는 지난 1일 13억9800만원에 거래돼 저점보다 1억7300만원 상승했다.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2019년 입주) 전용 84㎡ 역시 지난 4월 14억1500만원에 손바뀜해 올해 신고가를 기록했다.
고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집 보러 오는 실수요들이 늘었다. 평일엔 전화로 문의 해오는 경우가 많고 주말엔 4~5팀씩 방문한다"며 "갑자기 매수 문의가 늘어나 요즘엔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고 상황을 전했다.
상일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인근 송파구나 둔촌동 신축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분위기가 넘어오고 있다"며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안정됐고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자 매수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부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서는 갑자기 살아난 분위기 때문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상일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2021년 상승장까진 아니지만 그때와 시장 상황이 비슷하다"며 "일부 집주인들은 실수요자들이 너무 몰리니 내놨던 매물을 거두기도 하고 기존 매물의 호가를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점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 매도인 우위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며 "상승장 초입으로 봐도 되지 않겠나"라고 귀띔했다.
한편 강동구 집값은 상승 중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0일) 기준 강동구 집값은 0.08% 상승했다. 지난 4월 상승 전환한 이후 11주 연속 오름세다.
거래량도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동구 아파트 매매 건수는 △1월 137건 △2월 161건 △3월 231건 △4월 227건 △5월 268건 등으로 거래량이 오르는 추세에 있다.
매물도 최근 급감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강동구 매물은 4409건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24일 4680건까지 치솟았던 매물은 불과 한 달 여 만에 200건 가까이 감소했다. 올해 들어 강동구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단지는 고덕그라시움으로 116건, 이어 고덕아르테온이 71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