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AI 팩토리'…로봇이 불순물 제거하고 자재 옮긴다

입력 2024-06-18 16:00
수정 2024-06-18 16:23

지난 14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4도금공장. 취재진은 마스크와 안전모, 안전 고글, 안전화, 발목 보호대 등 안전장비로 무장한 채 공장에 들어섰다. 발을 내딛자마자 생산설비와 아연 도금 포트(Pot)가 뿜어내는 열기가 온몸을 뒤덮었다.

이곳에선 자동차용 강판 표면에 아연을 입히는 공정이 쉴새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내부로 이동하자 아연 도금 포트로 줄줄이 밀려 들어간 강판이 회색빛으로 탈바꿈해 나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강판의 강성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위험하다는데 있다.

현장 온도계가 가리킨 도금 포트의 온도는 섭씨 460도. 액체 상태로 출렁이다 포트 밖으로 튄 드로스(아연 찌꺼기)가 설비 주변에 늘러 붙어 굳어 있었다. 도금 공정에선 고온의 드로스를 포트에서 걷어내는 일이 필수다. 이는 원래 작업자 4명이 하루 열 번씩 뜰채로 제거던 열악한 작업이다.

하지만 4도금공장에는 작업자 대신 2m 길이의 로봇이 드로스를 제거한다. 포스코DX는 포트에서 카메라로 수집한 드로스의 모양을 비전 AI(화상인식 인공지능)로 분석하고 제거작업을 자동화해 작업장 안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서신욱 포스코 광양도금부 차장은 "AI와 로봇기술로 수작업을 줄여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였다"며 "현장은 관리자 1명 외엔 작업자가 없어도 될 만큼 자동화됐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현장에 AI가 적용된 곳은 또 있었다. 취재진은 4도금공장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위치한 포스코 풀필먼트센터(PF센터)를 방문했다. 지난 4월 준공된 PF센터는 제철소 조업에 필요한 수만가지 자재에 대해 주문·보관·포장·배송·회수·반품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이곳의 연면적은 축구장 7개와 맞먹는 5만㎡로, 저장 선반인 셀(Cell)을 3만4000여개 갖췄다. 입고부터 출고까지 PF센터 대부분 작업이 자동화됐기 때문에 넓은 PF센터를 관리하는 인원은 12명에 불과하다. PF센터 건설 이전 광양제철소는 곳곳에 흩어진 창고 300여곳을 이용한 탓에 운영·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웨어러블 스캐너를 착용한 검수요원은 PF센터에 입고된 자재를 플라스틱 파레트에 올린 채 3차원(3D) 체적 측정장비로 옮겼다. 곧이어 무게와 크기가 자동 측정된 자재들은 대·중·소로 분류돼 롤러 컨베이어를 타고 저장구역으로 향했다. 아파트 10층 규모인 높이 28.5m의 입체자동화창고로 지어진 이곳은 층층이 배치된 셀 사이를 '스태커 크레인'들이 오가며 자재를 보관·출고했다. 30㎏ 미만 소형 자재는 큐브형 창고인 '오토스토어'가 담당한다.

PF센터의 셀에선 작업자 없이 로봇만 복도를 오갔다. 로봇이 최적의 이송경로를 자체 계산해 저장위치를 자동으로 지정한다. 셀에서 출하구역으로 가는 길에선 AGV(무인운반로봇)가 자재를 나르고 있었다.

이 같은 설비는 포스코DX와 포스코가 스마트팩토리에 AI·로봇·디지털트윈 기술 등을 융합하는 '인텔리전트 팩토리' 구축에 나선 결과다. 윤석준 포스코DX 로봇자동화센터장(상무)은 "산업용 로봇은 들여놓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로봇이 효율적으로 쓰이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포스코DX는 로봇 하드웨어를 공정에 맞게 제어하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3D, AI 등의 ICT 기술로 로봇의 고부가가치 역량을 확보하는 데 차별화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팩토리는 시장 성장성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은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시장 규모는 2024년 3546억 달러에서 2029년 5643억8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 센터장은 "내후년께 공정장비 개발조직이 없는 회사들을 위한 대외사업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광양=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