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쏘 머치, 코리아 사랑해요!"
짜릿한 EDM 사운드를 뚫고 알록(Alok)의 사랑 고백이 들려오자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귓가를 때리는 강렬한 디제잉에 몸을 맡긴 이들의 얼굴에서 근심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관객들의 마음을 지휘하는 유일한 방법은 음악. 세계적인 유수의 디제이, 프로듀서들은 완벽한 완급 조절로 9만명의 관객과 환상적인 '밀당'을 펼쳤다.
지난 15~16일 과천 서울랜드에서 진행된 '2024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이하 '2024 월디페')'에서의 모습이다.
'2024 월디페'는 체인스모커스, 알렌워커, 에릭 프리즈, 카슈미르, 모르텐, 알록, 그리핀 등의 출연이 예고돼 개최 전부터 '역대급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았다. 주최사 비이피씨탄젠트에 따르면 총 2일간 동원된 관객 수는 무려 9만여명이었다.
현장에는 웰컴 스테이지, 플랫폼 스테이지, 드림 스테이지, 그리고 메인 무대인 월드 스테이지까지 총 4개의 무대가 마련됐다.
웰컴 스테이지는 서울랜드를 찾은 일반 관람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중앙부에 오픈 형식으로 설치됐다. 웰컴 스테이지에서 흘러나오는 비트는 무대를 오가는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웰컴 스테이지와 함께 플랫폼 스테이지 역시 서울랜드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됐다.
더운 날씨에도 현장은 인파로 북적였다. 일반 관람객과 '월디페' 관객들이 혼재하면서 혼잡도는 높았지만 동선 관리가 빠르고 안전하게 이뤄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둘째 날 알렌 워커(Alan Walker)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일시에 관객들이 몰리며 통로 병목 현상이 생겼지만, 노련한 현장 운영으로 곧바로 줄을 세우며 정체가 짧은 시간 안에 해소됐다. 다만 일부 관객들은 "알렌 워커를 메인 스테이지에 배치하지 않은 것은 판단 미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과감한 노출 의상부터 코스프레까지 다양한 패션도 '월디페'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 요소였다. 독특하고 재치 있는 각종 코스프레 의상은 서울랜드를 찾은 일반 관람객들에게도 재미를 안겼다. 서울랜드와의 협력으로 다양한 먹거리도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었다.
공연의 퀄리티는 '월디페'의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다. 첫날엔 네덜란드의 하드 스타일 페스티벌 제작사인 '큐-댄스'의 디제이들인 베이스 모듈레이터스를 시작으로 프리퀀서즈, 하드 드라이버, 워페이스, 프런트 라이너가 하드 스타일 디제잉의 진수를 선보였다.
모르텐, 카슈미르로 이어지는 무대는 관객들의 아드레날린을 최대로 끌어 올렸다. 이날의 메인 헤드라이너인 에릭 프리즈는 본인의 클래스를 증명하는 공연으로 호평을 얻었다.
둘째 날엔 세계적인 베이스 레이블인 몬스터캣과 함께한 공연이 관객들의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대런 스타일즈, 노스탤직스, 트라이벡타, 어드벤처 클럽, CHYL이 무대에 오른 '몬스터캣' 스테이지에서는 딥하우스, 퓨처하우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하드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플레이됐다.
헤드라이너로 출연한 알렌 워커는 '페이디드(Faded), ' 온 마이 웨이(On My Way)'로 떼창을 이끌어냈다. 메인 스테이지에는 그리핀, 알록에 이어 체인스모커스가 오르며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뜨거운 함성과 호응에 놀란 체인스모커스는 공연 도중 "오 마이 가쉬!"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월디페'는 관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공연으로 유명하다. 수많은 국내 페스티벌들이 대중성과 장르적 특성 사이에서 고민하다 색을 잃은 가운데에서도 굳건하게 EDM 한 우물을 파고 있다. 특히 올해 출연한 에릭 프리즈를 비롯해 지난해 마데온의 라이브 셋 공연인 '굿 페이스 포에버(Good Faith Forever)', 2019년 오데자, 저스티스, 아비치 등을 국내에 소개하며 EDM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도 멈추지 않고 있다.
비이피씨탄젠트에 따르면 외국인 관객 비율은 전체 15%였다. '디제이 페스티벌' 앞에 붙은 '월드'라는 단어에 어울리게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EDM 페스티벌로 발돋움했음을 증명하는 수치다.
'2024 월디페' 클로징 쇼에서는 티켓 예매자 5만1304명('월디페' 티켓 예매는 1인 6매까지 가능)의 이름이 커다란 스크린에 빼곡하게 띄워졌다. 이내 이들의 '청춘'을 응원하는 메시지와 함께 콜드플레이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와 흘러나와 감동을 안겼다. 하늘에서는 화려한 불꽃이 쉼 없이 터졌다. 이를 바라보던 한 관객은 "눈물이 날 정도로 벅찬 기분"이라며 감격했다.
푸른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싱그러움, EDM 사운드가 주는 쾌감, 맘껏 소리치고 즐기는 자유로움까지 '2024 월디페' 관객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해방감이었다.
김은성 비이피씨탄젠트 대표는 "항상 응원하고 지지해주시는 관객들이 있기 때문에 매해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이 존재할 수 있다"면서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EDM 페스티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