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태원 재산분할 재판에 치명적 오류…사법부가 직접 해명하라

입력 2024-06-17 18:23
수정 2024-06-18 09:55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관련 재산분할 2심 재판 결과가 ‘세기의 오류’로 기록될 만큼 치명적인 잘못을 안고 있는 것으로 어제 드러났다. 재산을 얼마나 어떻게 나누는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류는 너무나 심각해서 재판을 새로 해야 할 지경이다.

어제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단이 제기한 2심 재판 오류의 핵심은 최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의 회사 성장 기여분을 과소평가하고, 최 회장의 기여분을 과대평가했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선대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아 대한텔레콤(SK㈜ 모태) 지분을 취득한 1994년부터 선대회장이 별세한 1998년, 그리고 1998년부터 SK C&C가 상장한 2009년까지의 회사 가치 증가 기여분을 따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성장 기여도를 선대회장 12.5배, 최 회장 355배로 결정했다. 최 회장 측은 하지만 재판부가 SK C&C의 액면분할을 잘못 적용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SK C&C가 두 차례 액면분할로 액면가가 50분의 1로 낮아졌는데 1994년 가치엔 이를 제대로 반영했지만 1998년 가치엔 500분의 1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제대로 적용하면 선대회장 기여분이 125배, 최 회장 기여분이 35.5배라는 얘기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일부 수정해 양측에 경정 결정문을 송달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에게 지급해야 하는 재산분할액 1조3808억원은 그대로 유지했다.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결정이다. 재산 형성 기여도에 대한 2심 재판의 오류가 인정된 만큼 재산분할 규모도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향후 대법원이 정교하게 재산분할 규모를 다시 따져야 한다.

아울러 법원은 이 같은 치명적 오류가 왜 발생했는지 제대로 조사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세 명의 판사 가운데 아무도 오류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한 것도 의문이다. 해당 재판부의 해명으로는 부족하다. 사법부가 명운을 걸고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