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시장 구원투수로 등장한 리츠…"부동산 직접 개발 한다"

입력 2024-06-17 09:47
수정 2024-06-17 09:54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의 활동 범위가 부동산 투자·운영에서 개발로 확대된다. 현재 리츠의 투자 대상이 주택과 오피스에 집중돼 있는데, 헬스케어와 데이터센터, 풍력발전소 등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민간임대 공급과 미분양 해소에도 ‘리츠 카드’가 활용된다. 건설시장 위기 상황에서 리츠가 구원투수로 나섰다는 평가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의 ‘리츠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리츠는 다수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이익을 나눠주는 부동산투자회사를 일컫는다. 2001년 국내에 도입됐으며, 현재 리츠 자산 규모는 약 98조원이다. 하지만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 등의 리츠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의 10배 이상이다.

국토부는 리츠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던 규제들을 완화해 국내 리츠 시장 규모를 선진국 수준으로 키우기로 했다. 먼저 ‘프로젝트리츠’를 도입하기로 한 게 눈에 띈다. 리츠가 부동산을 직접 개발해 임대·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리츠로 부동산 개발시 변경인가나 공시, 주식분산 등 규제가 많아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개발→리츠 인수’라는 비효율적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개발 단계에서의 리츠 규제를 확 풀기로 했다. 등록제를 적용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현재 리츠 인가(1.5개월 이상)가 사업지연과 비용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했다. 특정 주주의 책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 개발 단계에서 1인 주식 소유한도(50%)도 완화한다. 공시·보고 의무도 최소화하고, 비주택 사업 보증체계도 강화한다.

리츠 투자 대상도 다각화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리츠 투자 대상의 76%가 주택과 오피스다. 현행 부동산투자회사법령에 열거도니 자산에 대해서만 리츠가 투자할 수 있지만, 앞으론 국토부 승인시 헬스케어와 테크 자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시니어주택과 의료·상업 복합시설인 헬스케어 리츠를 내년까지 3곳 이상 공모할 방침이다. 데이터센터와 태양광·풍력발전소 등 투자도 허용된다.

리츠 투자 여력도 확충한다. 공모리츠가 별도의 자금조달 없이 공모예외리츠가 보유한 양질의 부동산을 편입할 수 있도록 합병을 허용한다. 공모예외리츠란 연기금 등이 50% 이상 보유하거나, 자산 70%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보유한 리츠를 말한다. 현재 리츠는 이익의 90% 이상을 주주에게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한다. 하지만 주주가 동의한 경우에 한해 자금을 유보할 수 있게 된다. 배당금을 모아 좋은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리츠의 역할이 확대된다.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브리지론(토지비 대출) 상환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경매 위기 사업장 토지를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가 인수할 예정이다. 기업구조조정(CR) 리츠는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미분양 리스크를 해소한다. 정부는 CR리츠에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지원을 할 예정이다. 정부는 리츠를 통해 중산층 장기임대주택도 육성할 계획이다.

리츠 투자자 입장에선 매월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게 가장 큰 변화다. 현재 배당 주기가 긴 게 리츠 활성화의 걸림돌로 꼽혀왔다. 이외에도 리츠 의사결정이 투자자 이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리츠 이사회 구성과 운영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주택도시기금 외 공제회 등 공적자금의 출자 참여를 허용해 ‘앵커리츠’ 투자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특정 지역민에게 우선 공모를 허용하는 ‘지역상생리츠’도 도입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