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열고 나가기가 무섭다"…'러브버그' 공포

입력 2024-06-17 09:31
수정 2024-06-17 09:51


"공원에 산책 나왔다가 눈앞에 시커먼 무리의 벌레들이 날아다니고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처음엔 하루살이인가 싶었는데 계단에 다닥다닥 붙은 벌레를 자세히 보니 '러브버그'더라고요. 너무 무서워서 얼른 자리를 피했습니다."

16일 저녁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을 찾은 시민이 때 이른 '러브버그' 떼 출몰에 이렇게 말했다.

이날 '맘카페' 및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기승을 부리는 '러브버그'에 놀란 시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암수가 짝을 지어 다녀 불쾌감도 두 배인 '러브버그'가 올여름 예년보다 빨리 찾아왔기 때문이다.

시민과학플랫폼 '네이처링' 기록을 보면 지난 2일 인천 부평구에서 첫 관찰 기록이 올라왔다. 지난 3일엔 용산어린이정원에서도 관찰 기록이 올라왔다. 지난해에 비해 열흘이나 빠른 것이다.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는 "며칠 전부터 거리에서 '러브버그' 엄청나게 보인다"는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

맘카페에도 "방충망에 '러브버그'가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현관문 열고 나가기가 무섭다", "외출했다 돌아오니 내 몸에 붙어서 집안에 유입됐다"는 글이 쇄도했다.

정식 명칭이 붉은등우단털파리인 '러브버그'는 2년 전쯤부터 수도권 일대 도심 등에 대거 나타났다. 일반적인 파리와 다르게 암수가 함께 붙어 다녀 '러브버그'로 불리며 야외나 숲이 있는 주택가 등에서 집단으로 몰려다닌다. 암수가 쌍으로 붙어 다녀 혐오스럽게 보이는 외형과 달리 질병을 옮기거나 농작물을 해치지 않기 때문에 해충은 아니다. 오히려 꽃의 수분을 돕는 등 익충으로 분류된다.



올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작년보다 빨리 출현한 것으로 보인다.

암컷 한 마리가 100~350개의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성충 수컷은 3∼4일, 암컷은 일주일가량 생존 후 번식 이후 암수 모두 자연 소멸한다.

지방자치단체 보건소 등에선 '러브버그' 퇴치를 위해 살충제 대신 물을 뿌리는 방법을 추천한다. 오래 비행하지 못하고 날개가 약한 편이라 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