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급속히 늙어가고 있다. 새로 태어나는 생명은 급속히 줄어들었다. 일할 젊은 사람은 드물고 늙고 병든 사람만 우글거리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최대 고민거리는 인구절벽이어야 마땅하다.
인구 문제를 주요 논제로 세워놓은 사상가는 토머스 맬서스다. 1798년 익명으로 출간한 그의 저서 제목을 그대로 옮기면 <인구 원리에 대한 에세이, 그것이 사회의 미래 개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며, 고드윈 씨 콩도르세 씨 및 기타 저자들의 추측에 대한 언급을 포함함>이다. 이 저서는 출간과 함께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고무된 저자는 1803년 개정판을 실명으로 냈다. 초판본 부제는 저자의 의도를 선명히 보여준다. 그가 거론한 고드윈과 콩도르세는 인류가 이성의 힘으로 무한히 자신을 개선하고 세상은 한없이 진보하리라고 주장한 인물이다. 맬서스는 이들이 예언하는 진보를 인구 문제가 가로막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시아 지식인들은 맬서스의 저서를 번역하며 핵심 개념인 ‘population’을 ‘인구’로 옮겼다. 영어의 ‘population’은 공간적 개념이다. 18세기까지 이 말은 주로 ‘어떤 지역, 공간, 국가 등을 사람(라틴어 populus)으로 채우는 과정 및 그 결과’를 뜻했다. 반면에 인구라는 말은 사람(人)을 ‘입(口)’으로 축소해 놓는다. 식량 생산량은 더디게 증가하지만 밥을 먹을 입들은 급속히 증가한다. 이것이 잘 알려진 맬서스의 ‘인구 원리’다.
그러나 맬서스의 저서에서 인간의 입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그의 대전제는 인간이란 성적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경제가 발전해 임금이 오른다. 그러면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대중은 행복해질까? 인구가 걸림돌이다. 배가 어느 정도 부른 민중은 짝짓기에 진력한다. 맬서스 시대에는 효과적인 피임 방법이 없었고 낙태는 범죄였다. 따라서 성관계가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컸다. 인간의 성욕이 약해지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없는 한, 인구 원리는 어김없이 작동할 것이다.
무모한 결혼의 결과, 좁은 집에 자식들이 가득하다.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라 힘겨운 삶을 사는 노동 계층 가장에게 고드윈이나 콩도르세의 ‘개선’과 ‘진보’는 꿈같은 이야기다. 인구가 늘자 노동시장에 투입되는 노동력은 공급과잉 상태에 빠진다. 이에 따라 임금이 줄어들고 사는 형편은 더욱 열악해진다. 이런 국면에서 젊은이들은 결혼을 회피하거나 결혼하더라도 자식 낳기를 두려워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는 바로 이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치열한 경쟁체제 속에서 성장한 이들은 각자 힘겹게 성취한 그러나 늘 위태로운 사회·경제적 지위를 사수하는 게 삶의 목적이다. 이들이 아이를 낳아 이 나라를 한국인들로 채워주기를 원한다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부터 없애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