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14일 15:4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강남업무권역(GBD)에서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사옥으로 쓰려는 전략적 투자자(SI) 유치가 딜 클로징(거래 종결)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임차인의 임차 계약 유지 여부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F&F 사옥 RFP 돌려…줄줄이 매물 나오는 GBD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F&F는 최근 언주로 사옥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부동산 거래 자문사들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선매입한 센터포인트 강남 완공과 함께 본사를 이전하게 되면서 기존 사옥을 활용하기 위한 조치다. F&F의 현재 사옥은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541에 있다. 218억원에 토지를 매입해 2008년 준공한 건물이다.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원하는 가격을 받지 못하면 임차인을 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F&F는 평(㎡)당 4000만원 가까이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헤란로에도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코레이트타워를 매각하기 위해 매각 자문사 RFP를 돌려 자문사를 찾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NC타워를 매물로 내놓고 매각 자문사를 선정하고 있다. 거래 가격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돼 올해 최대어로 꼽히는 더에셋도 내달 1일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GBD 부동산 시장은 딜 클로징이 다른 지역보다 쉽게 이뤄지면서 매물이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알레르망은 한화자산운용으로부터 T412를 매입했다. 코람코자산신탁도 지난해 하반기 대어였던 아크플레이스를 지난 4월 성공적으로 인수했다. 캐피탈랜드투자운용이 매입하는 골든타워나 하나자산신탁이 사들이는 하나금융 강남사옥도 조만간 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사옥 원하는 SI…기존 임차인 연장 여부 변수로 등극고금리에 SI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기존 임차인의 잔여 계약이나 계약 연장 여부가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더에셋은 삼성화재가 본사로 쓰고 있다. 삼성화재는 2026년이 되면 재개발이 마무리되는 서소문 빌딩으로 사옥 이전을 계획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SI들이 삼성화재가 빠져나간 임차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단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서소문 빌딩의 완공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화재가 더에셋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단 기류로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SI들이 쉽게 더에셋 입찰에 참여하기 어려워지는 요소로 꼽히는 대목이다.
테헤란로에서 매물로 나온 코레이트타워도 비슷한 변수를 맞고 있다. 이 건물은 한국토지신탁, 동부건설, 코레이트자산운용 등이 임차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들 회사의 임차 계약 연장 여부에 따라 사옥 활용 가능 여부도 달라진다. 매도인인 한국토지신탁 리츠 측은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차)을 원하지만 매수자가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동산 IB 업계 관계자는 “SI들은 단기에 자산 가격이 상승할 것을 보고 투자하기보다 테헤란로에 사옥을 마련하려고 하는 목적인데 매도자가 계속 건물을 쓰고 있게 되면 인수할 이유가 줄어들게 된다”며 “매물이 많이 나왔지만 매도인들이 계속 사옥으로 쓰게 되면 밸류에이션을 낮춰 매각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