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녹색성장' 펀드라더니…'관제펀드' 수익률 선방하는 이유

입력 2024-06-14 15:40
수정 2024-06-14 15:55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내 투자자 관심 밖으로 밀렸단 '관제펀드'의 수익률이 선방하고 있다. 통일펀드, 녹색성장펀드 등이 모두 테마에서 벗어나 최근 급등한 대형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영향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펀드 역시 다른 관제 펀드와 마찬가지로 애초 취지와 다르게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3일 기준 최근 6개월 간 국내 5개 통일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2.80% 수준이었다. 국내 39개 녹색성장펀드의 평균 수익률 역시 13.35%에 달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9.21%), 삼성그룹펀드(3.23%) 보다 수익률 면에서 크게 선방했다.

통일펀드는 지난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한 뒤 출시됐다. 남북 경협주를 편입하는 방식으로 운용됐다. 당시 1호 통일펀드로 출시된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는 설정 당시 취지와는 다르게 통일 관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3월 12일 현재 삼성전자를 12.62%로 가장 높은 비중으로 투자한다. 두 번째로 비중이 높은 종목 역시 SK하이닉스로 4.44%를 담고 있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6.27%로 통일펀드 가운데 가장 높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을 타고 만들어진 녹색성장펀드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발전 전략으로 제시하면서 친환경 산업을 육성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조성됐던 녹색성장펀드 역시 현재 통일펀드의 포트폴리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녹색성장펀드인 '마이다스책임투자'는 4월 1일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율이 15%, 7.90%로 가장 높다. 이 상품 역시 최근 6개월 간 12.43% 수익을 냈다. 또 다른 녹색성장펀드인 '미래에셋그린뉴딜인덱스' 역시 5월 13일 현재 삼성전자를 10.5%로 가장 많이 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비중도 각각 9.28%, 8.47%에 달한다.

윤석열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여러 자산운용사에서 관련 펀드를 내놓고 있지만 정권이 바뀌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징후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은 최근 6개월 간 12.53% 수준이었지만 이 기간 가치주 펀드에서는 3007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최근 3개월, 1개월 수익률 역시 5.60%, 1.65%로 쪼그라들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시류에 편승하는 것만으로는 관제펀드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적극적인 주주권한 행사, 기업가치 상승 아이디어 창출 등 펀드의 운용이 실제로 투자한 기업의 밸류업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