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은 11세 소녀가 단순 '변비' 진단을 받고 귀가한 지 몇 시간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다.
영국 일간 더선 등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웨스트미들랜즈주 코번트리 법원 검시소에서 11세 소녀 애나벨 그린할그의 죽음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다.
워릭에 거주하는 애나벨은 2022년 10월 13일 복통을 호소해 부모와 함께 응급실을 찾았다. 의료진은 단순 변비로 진단 내렸고 소녀와 가족은 당일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애나벨은 방에서 나오지 않고 불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버지는 의식이 없는 딸을 발견하고 급히 999(영국 응급 전화)에 신고했다.
애나벨은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 시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애나벨은 2017~2021년 사이에 심한 복통을 여러 차례 경험해 병원에 갔지만 별다른 질병 진단을 받지 않았다. 부모는 딸의 사망에 병원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의료 과실 전문 변호사를 고용해 소송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애나벨의 부모는 "딸을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가라고 했을 때 심각한 문제가 없다고 여겼다"면서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애나벨이 반응하지 않아 정말 충격적이었다. 아직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딸을 살리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매일매일 후회한다"며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우리는 아직도 답을 얻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변호사인 엠마 러쉬는 "어린 딸을 너무 갑작스럽게 잃은 것에 대해 부모는 여전히 충격에 빠져 있다"며 "애나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많은 질문을 갖고 있다. 그 어떤 것도 애나벨을 되살릴 수는 없지만, 이번 조사는 가족이 마땅히 받아야 할 답을 제공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선'은 애나벨 사건을 다루며 언제 자녀를 응급실에 꼭 데려가야 하는지 영국 국가 보건 서비스(NHS)를 인용해 보도했다.
△발작 (몸을 떨거나 경련을 일으키거나 의식을 잃는 경우)
△액체 또는 고형물에 의한 질식.
△호흡 곤란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거나 흉곽 아래로 배를 빨아들이는 경우)
△깨어있지 못함 (몇 초 이상 눈을 뜨고 있지 못함)
△피부·혀·입술이 파란색 또는 회색으로 창백하거나 얼룩짐(갈색 또는 검은 피부의 경우 손바닥이나 발바닥이 회색·파란색으로 나타날 수 있음)
△절뚝거리며 축 늘어짐 (고개가 옆이나 앞뒤로 넘어감)
△분출하거나 고일 정도의 심한 출혈
△사고·폭행 등으로 인한 심각한 부상
△뇌졸중 징후 (얼굴이 한쪽으로 처지고, 양팔을 못 들거나 말하기 어려움)
△갑작스럽고 급격한 붓기 (입술·입안·목·혀 등의 부종)
△갑작스러운 혼란·동요 (이상 행동 또는 멈추지 않는 울음)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