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대표는 한동훈?'…독주 막을 국힘 당권주자 누구 [정치 인사이드]

입력 2024-06-15 13:16
수정 2024-06-15 13:21

국민의힘이 차기 당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전당대회의 룰을 결정하자,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당을 휩쓸고 있다. '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뜻으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결국 당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일컫는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내주 중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위원장과 가까운 원내·외 인사들은 한 전 위원장의 출마를 위한 포석을 깔기 시작했다.

'친한계'로 꼽히는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우리 당이 어려웠을 때 한동훈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셨을 때도 원외 인사였다. 그때는 원외가 괜찮고 지금은 원외가 안 되고, 이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원외 당 대표 한계론'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당 안팎으로도 이미 '어대한'의 기류가 형성되어 있다. 우선 국민의힘이 전날 △단일지도체제 유지 △여론조사 20% 반영 등을 골자로 한 전당대회 규칙을 확정하면서, 한 전 위원장 출마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무엇보다 한 전 위원장이 22대 총선 참패를 계기로 사퇴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한 전 위원장의 입지와 존재감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잠행을 이어가던 때에는 '목격담'마저 화제가 되며 정치권의 시선을 끌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한 전 위원장(15%)은 여권에서 여전히 선두 자리를 지켰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22%)가 1위였다. 이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5%)가 3위에 올랐다.

한 전 위원장은 '차기 대권주자'로 이름을 올린 뒤 야권 1위 자리에서 이탈하지 않고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자의 43%가 한 전 위원장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나, 그를 향한 탄탄한 당원들의 지지세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룰을 확정하는 과정에서조차 한 전 위원장의 출마 여부를 염두에 두고 움직인 것도 '어대한'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바꿔 집단지도체제로 바꾸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이 역시 '한동훈 견제용'이라는 해석이 붙은 바 있다. ◆당권 주자들, 일제히 韓 견제…김재섭 출마도 변수한 위원장 '대세론'이 이어지자 당권 주자들의 견제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현재 당 대표 후보군으로는 나경원·안철수·윤상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주로 꼽힌다.

특히 출마가 확실시되는 윤상현 의원은 이날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이 시점에 왜 원외 당 대표가 필요하냐"고 직격했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결국 앞으로 1년 동안은 전부 국회 내에서 싸움이 벌어진다. 주전장이 국회 안"이라며 "국회 안에서 원내 전략을 짜야 하면 원내 대표가 좋다"고 말했다.

앞서 나경원 의원 역시 전날 "싸움의 전장, 정치의 전장이 국회이다 보니 원외 당 대표는 그런 부분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원대 대표 한계론'을 주장했었다.

대선주자급 후보군에 더해 30대 소장파인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의 출마 여부도 변수로 꼽힌다. 김 의원의 출마를 지지하는 이들은 그의 출마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후보군은 차기 대선 주자군으로 중량감이 있지만, '변화와 쇄신'의 이미지를 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어떤 선거는 출마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며 "'어대한'이라며 모두가 위축돼 있을 때, 김재섭 의원의 출마는 진영과 인물을 제외하고 우리 당도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이 김 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하며 "당을 위해서 한 번 죽어 봐"고 말한 것처럼, 김 의원에게는 '독배'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 의원의 출마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흥행을 이끌고 △변화와 혁신의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당에는 '플러스'가 되겠지만, 김 의원은 이를 위한 '불쏘시개'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50%로 설정하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실 관계자는 "당을 위한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