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진심인 브랜드’. 1920년부터 한 세기 넘는 전통을 이어온 이탈리아 럭셔리 가구 브랜드 ‘리바1920’ 매장을 들어섰을 때의 첫 느낌이다. 숲속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갖 나무 향기가 가득 차 있고, “이런 곡선까지 가능하다고?” 싶은 가구까지 모조리 나무 소재였다. 외할아버지가 세운 회사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마우리치오 리바 최고경영자(CEO·사진)는 브랜드를 한마디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나무로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우드 워커”라고 답했다. 회사의 모든 것이 설명되는 단어였다.
왜 그렇게 나무 소재를 고집하는 것일까. 그는 “가장 자연스러운 소재이면서 우리의 전통과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플라스틱 의자가 더 오래 갈 순 있겠지요. 하지만 과연 다음 세대에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고민했을 때 자연을 생각하게 되지요. 저희는 자연 그리고 자연스러운 소재를 고집하는 우리 전통을 함께 물려줬으면 좋겠어요.”
리바1920이 생각하는 자연은 나무뿐만 아니다. 나무와 나무를 붙일 때, 표면 처리나 색깔을 낼 때 등 제작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 같은 화학 소재를 쓰지 않는다. 화학적 접착제를 쓰지 않고 천연 접착제만 고집한다. 표면 처리 등에도 천연 식물성 오일만 사용한다. 리바 CEO는 “수작업과 천연 소재를 고수하면서도 가구를 오래 쓸 수 있도록 하는 우리만의 레시피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무로 제작한 가구의 장점을 묻는 말에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자연스럽게 길드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답했다. 리바 CEO는 “자연이 준 소재인데 쓰는 사람에 따라 살아 숨 쉬며 맞춰지는 과정이 아름답다”며 “그런 감성이 좋고 이런 감정을 주는 가구야말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가구란 “몇십 년이 지나도 내 곁에 두고 싶고 제 기능을 다 하는 가구”다. 올해 신제품 중 리바 CEO가 가장 좋아하는 제품은 코르크 소재로 된 탭 테이블과 동물 모양의 오브제, 와인셀러다. 그는 “세계 최대 코르크 제조업체인 포르투갈의 아모림코르크와 협업해 리바1920 로고를 새긴 코르크를 만들었다”며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디자이너, 기업들과 매년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림코르크는 1870년 안토니오 알베스 아모림이 설립한 회사로,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60억 개의 코르크를 100여 개국에 판매한다.
리바 CEO가 아끼는 동물 오브제는 가구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나무로 제작한다. 2015년 처음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 재출시했다. 그는 “우리는 그 어느 것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버리지 않는다”며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동물 오브제의 크기도 다양하다. 판다, 강아지, 고양이, 용, 원숭이, 토끼 등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판다의 인기가 많다고. 용은 이빨과 꼬리까지 아주 정교하게 제작했다. 리바 CEO는 “개인적으로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는 와인 월리와 빅 판다 오브제를 가장 아낀다”고 했다.
리바1920은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했다.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후대에 좋은 전통을 물려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외부 디자이너와의 협업에 대해 그는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자 우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말했다. 젊은 디자이너에게 성장할 기회를 줄 수 있는 데다 내부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열정과 아이디어를 얻는 계기가 된다는 것.
한국 시장에 대해선 “아주 성장이 빠르고 트렌드에 민감해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인에 대해서는 “열정적인 소비자가 많고 품질과 디자인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라고 말했다. 리바1920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줄 만한 가구를 묻자 리바 CEO는 “카우리 테이블을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카우리 컬렉션은 뉴질랜드 북섬 땅 밑에서 발굴해 낸 카우리 나무를 재활용한 가구다. 5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 끝 무렵에 뉴질랜드 카우리 숲이 묻혀 목재 광산처럼 수장됐다. 그 깊은 땅속에 묻혀 산소와 만나지 않아 화석화되지 않고 특별한 모양을 갖게 된 고대 나무가 바로 카우리다. 딱히 쓸 곳이 없는 나무로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하고 럭셔리한 가구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가구가 좋은지 알려면 일단 써봐야 해요. 내 손에, 생활 습관에 길들이면서 나와 함께 나이 먹어가는 게 가장 좋은 가구죠.”
밀라노=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