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뚫고 -40% 지하실로" 비명…'개미 무덤' 된 네이버

입력 2024-06-13 16:51
수정 2024-06-13 17:01

저점 매수를 노리고 종목 투자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 손실이 커지고 있다. 올들어 이들이 사들인 순매수 상위 10대 상장사 중 90%의 주가가 우하향한 것이다. 증권가에선 하반기 정보기술(IT)과 엔터주에선 매도 기회가 찾아올 수 있으나, ‘큰손’ 관심이 떠난 2차전지 관련주 전망은 어둡게 보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날까지 개인투자자 순매수 1위 종목은 네이버였다. 이들은 네이버를 1조9213억원어치 사들였다. 이어 삼성SDI(2위·1조1793억원), LG화학(3위·9467억) 등 2차전지 업종과 JYP엔터테인먼트(4위·6268억원), 하이브(8위·3694억원) 같은 엔터주도 집중 매수했다. 정유주에선 SK이노베이션(6위·4276억원), 호텔·관광주에선 호텔신라(9위·3301억원)가 선택받았다. 하지만 10위권 중 엔켐(7위·3914억원)을 제외하면 이 기간 주가가 오른 종목은 없었다. 평균 하락 폭은 22.89%로 나타났다.

순매수 1위 네이버는 올들어 주가가 25.32% 하락했다. 밸류업(기업가치 향상)주 장세에서의 소외, ‘라인야후 사태’ 등으로 외국인과 기관이 내던진 물량을 그대로 떠안고 발이 묶였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외국인과 기관 순매도 순위에서 3위에 올랐다. 일찌감치 큰손들이 팔아치운 엔터주, 2차전지주도 상황이 비슷하다. JYP엔터(-43.1%)는 10위권 업체 중 주가가 가장 많이 하락했다. 외국인이 네 번째로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이다. 연초 10만1400원이었던 JYP엔터 주가는 이날 5만7700원으로 반토막 날 때까지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언제 투자해도 손실 가능성이 컸던 셈이다. LG화학(-25.63%)과 삼성SDI(-16.17%)는 외국인 순매도 1·2위, SK이노베이션(-25.04%)과 LG에너지솔루션(-15.48%)은 기관 순매도 9·10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사들은 하반기엔 개미들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버는 연간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나쁘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매출액 10조6992억원, 영업이익 1조8168억원을 거둘 전망이다. 전년 동기 대비 10.64%, 22.03% 오른 수치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인야후 사태가 정치 싸움으로 번지면서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한 상황”이라며 “하반기 금리 인하 등 외부 변수만 좋아지면 실적을 바탕으로 빠른 주가 회복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엔터주도 ‘상저하고’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 앨범 수출 감소 시점이 작년 하반기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는 수출 지표의 기저 부담을 덜었다는 것이 공통 평가다.

다만 2차전지 주가 회복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2030년 전기차 판매량 전망치는 올들어 4312만 대로 전년 대비 604만 대 감소했다. 재선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백지화를 언급한 점도 부담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 수요 부진과 정책 불확실성으로 완성차 업체들 전기차 생산 규모가 축소하고 있다”며 “2차전지 업종이 연간 컨센서스를 달성하려면 상반기 영업이익의 3배를 더 벌어야 하는데, 눈높이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