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승강기 파손하고도 "돈 못내겠다"…주민들 '분노'

입력 2024-06-13 17:32
수정 2024-06-13 17:33

한 주민이 자기 아이가 1층에 있는 상황에서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는 이유로 문을 발로 차 망가뜨리고도 수리비를 부담할 수 없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써붙였다. 해당 사연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전날 '본인이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본인이 파손 후'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엘리베이터를 발로 차 파손시켜 놓고 3일 만에 옆 라인으로 이동하는 옥상 문에 사과문을 붙여놨다"며 해당 입주민이 작성한 사과문을 공개했다.

사과문에 따르면 입주민 B씨는 "우선 저로 인해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다. 하지만 그날 일어난 일을 얘기하면 저도 억울한 입장"이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저희 아이가 1층에 내려가 있었고 저는 맨발로 급한 마음에 아이를 찾으려 엘리베이터를 탔다"며 "그런데 문이 오래도록 닫히지 않아 순간 화가 나서 맨발로 문을 찼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씨는 "중간층에서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고장이 나 멈춰버렸다"며 "무서운 마음에 호출도 하고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고 문을 열어달라고 맨발로 여러 번 찼다"고 부연했다.

그는 "제가 엘리베이터 문을 발로 찬 건 백번 잘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평소 엘리베이터는 잔고장이 많이 났었고 제가 그날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타이밍에 발로 찬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B씨는 "관리실에서는 무조건 저에게 '엘리베이터를 발로 찼으니 수리비 780만원을 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여자인 제가 맨발로 문을 여러 번 찼다고 엘리베이터 수리비를 전부 납부하라고 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평소 엘리베이터의 잔고장 문제를 거듭 강조했다.

이어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도 관리실에서는 제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해 덤터기를 쓰는 상황이다"라며 "저 비싼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겠냐"고 덧붙였다.

이에 해당 아파트 이웃주민들은 B씨의 사과문에 분개했다. A씨가 추가로 공개한 사진 속에는 사과문 아래로 주민들이 B씨를 비난하는 의견이 담긴 여러 장의 종이가 붙어있었다. 현재 주민들은 계단을 이용하거나 옆 라인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65세에 출근하는 사람인데 이 더위에 강제로 계단 오르기 하며 힘들게 버티고 있다"며 "우리 입주민이 무슨 잘못을 했냐"고 B씨에 따져 물었다. 또 다른 주민은 "반성하고 각 세대에 사과하라"고 적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제목은 사과문인데 내용은 호소다", "도대체 뭐가 억울한 거냐", "성질 안 좋은 버릇 아이들이 똑같이 따라 한다", "집단 소송감이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