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이 접촉됐음. 총원 전투배치!"
지난 11일 부산 인근 해역. 잠항 후 경계 작전 중이던 우리 해군의 3000t급 최신예 참수함 '안무함'은 적 잠수함의 수중 소음을 접촉했다. 적 잠수함은 어떤 신호도 없이 NLL(북방한계선) 이남으로 침투 중이었고, 이에 안무함 함장은 함 모든 인원에 이같은 전투배치를 지시했다.
해군은 이날 실제 잠항 중 적 잠수함에 대한 어뢰 가상 공격을 준비하는 안무함 전투지휘실(CCC)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전투지휘실은 함 주변 소리를 분석하고, 잠수함 내 각종 장비를 통제하는 콘솔 및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가득했다. 훈련을 지휘한 안건영 안무함장(대령)은 적 잠수함 정보를 분석 한 뒤 '어뢰 발사'를 지시했다. 음탐관이 콘솔 발사 버튼을 눌렀고, 적에 돌진하는 어뢰의 이동 경로가 모니터에 표시됐다. 잠시 후 어뢰와 통신 두절 상황이 발생하며 '명중'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함장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잠망경 심도까지 함을 올려 격침 당한 적함의 잔해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잠망경을 올려 주변 해역을 확인하자 함장은 "수면 좋아!"를 외쳤다. 작전 구역의 수면 해상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이때 근처 해역에서 다시 비상상황이 발생했다. 아군 격침을 전해들은 적 수상함이 안무함으로 접근한 것이다. 안 함장은 '긴급 잠함'을 지시했다. 명령이 떨어지자 안무함은 심도 50m 이상으로 빠르게 잠항했다. 적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다시 잠망경 심도로 부상한 안무함은 다시 적 수상함을 목표로 어뢰를 발사했다. 결과는 또 격침 '성공'이었다.
안무함은 국내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된 장보고-Ⅲ급 배치(Batch)-Ⅰ 2번함이다. 이날 훈련은 북한이 최근 오물 풍선 살포, GPS 교란 등으로 연일 도발을 하는 가운데 군의 대비태세를 확고히 하기 위해 실시됐다는 설명이다. 해군 관계자는 "세계 디젤추진 잠수함 중 최고의 무장과 최장 잠항능력을 갖고 있다"며 "어뢰 유도탄 기뢰 등 무장 발사가 대부분 자동화돼 있어 적 도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점도 강점"고 강조했다.
함 내에선 실제 잠수함에 적용된 첨단 장비들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기관실에는 스크류를 돌리는 거대한 국산 추진모터가 자리잡고 있다. 이 모터는 수소 연료전지에서 생산되는 전기나, 독일제 디젤 엔진이 발전기를 돌려 생산한 축전지 전기를 받아 거대한 선체를 움직인다. 디젤 잠수함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스노클'도 최소로 쓰도록 설계돼 수중에서 수 주이상 작전이 가능하다는 게 해군 설명이다. 잠수함 스노클은 잠항 중인 잠수함의 디젤기관을 쓰기 위해 수면으로 부상해 해상 공기를 빨아들이고 배기가스를 밖으로 내보내는 장치다.
3000t급으로 함 크기가 대폭 커지면서 달라진 점은 여군 승조원의 탑승이다. 안무함에는 현재 4명의 여군이 복무하고 있다. 잠수함 내부에 1층, 2층 개념의 구분이 있어 1층 별도 구역에 여군용 침실, 세면대 등 생활공간이 마련됐다. 해군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잠수함 승조원으로 여군이 근무하는 국가는 13개국에 불과한데, 또 여군 구역 분리가 된 국가는 7개국 뿐"이라며 "미국 등 주로 대형 잠수함 운용 경험이 많은 국가만 여군 분리 구역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