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핵심광물, 韓기업이 개발·생산한다

입력 2024-06-12 18:22
수정 2024-06-13 02:00

한국 기업들이 카자흐스탄 내 리튬, 크롬, 티타늄 등 핵심광물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과정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확보했다. 카자흐스탄은 전 세계 크롬 중 41.4%가 매장돼 있는 대표적인 자원 부국이다.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양국은 리튬을 포함한 주요 광물 탐사, 채굴, 제련 등 전 주기에 걸친 파트너십을 발전시키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윤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이날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핵심광물, 인프라, 에너지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부는 핵심광물을 공동 탐사하고 광물 개발 및 생산 과정에서 한국 기업에 우선 참여 기회를 준다는 내용이 담긴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위해 양국은 차관보급을 대표로 하는 ‘핵심광물 공급망 대화’를 개설해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한국의 지질자원연구원과 SK에코플랜트, 카자흐스탄 산업건설부는 카자흐스탄 동쪽에 있는 바케노에 리튬광산을 공동 탐사하고 개발하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해당 광산에 경제성이 있다면 SK에코플랜트가 생산 및 정·제련에 필요한 플랜트 건설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에는 10만t가량의 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제대로 탐사를 못 한 상황”이라며 “양국 민관이 공동 탐사를 통해 개발에 성공한다면 한국으로서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또 카자흐스탄 내 텅스텐, 티타늄 등 희소금속 상용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카자흐스탄 내 노후 발전소 현대화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 언론 발표에서 “이번에 체결된 전력산업 협력 MOU를 바탕으로 발전소 현대화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며 “이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카자흐스탄 전력 증산과 산업 발전에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카자흐스탄 국부펀드 삼룩카즈나는 카자흐스탄 내 복합화력발전소 설립과 관련한 협력을 강화하는 MOU를 체결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은 석탄발전에 80% 이상 의존하고 있고, 발전소의 65%가 20년 이상 가동돼 현대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카자흐스탄 국영 에너지 회사인 카즈무나이가스는 카자흐스탄 석유가스 분야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양국 정상은 카자흐스탄 내 원전 건설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사안도 논의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카자흐스탄은 올해 제1호 원전을 도입할지를 두고 국민투표를 할 예정인데,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이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토카예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제안에 ‘카자흐스탄도 충분히 우호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국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된 인천~아스타나 직항 노선을 재개하기로 했다. 카자흐스탄 국적 항공사인 에어아스타나가 주 2회 운항할 계획이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총 35건의 MOU와 2건의 약정을 체결했다.

아스타나=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