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호남에서 규모 4.0이 넘는 내륙 지진이 사상 처음으로 발생했다. 규모 4.8 지진이 일어난 이후 여진이 이어지며 지역 주민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6분께 전북 부안군 행안면 진동리(진앙 북위 35.70도·동경 126.71도) 깊이 8㎞ 지점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계기 관측이 이뤄진 1978년 이후 전국적으로 열여섯 번째로 큰 규모이자 전북에서 발생한 내륙 지진 중 최대 규모다. 한반도에서 비교적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규모 4.0 이상 지진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 5월 동해상 지진(규모 4.5) 이후 1년여 만이다.
행정안전부는 즉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지진 관련 119 신고는 315건으로 멀리 떨어진 서울과 부산·강원에서도 접수될 정도였다.
전북 부안·익산·정읍 등에선 유리창이 파손되고 벽에 금이 갔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부안고 등에선 수업을 준비하던 학생들이 급하게 운동장으로 대피했고, 이 지역 4개 학교가 즉시 학생을 귀가시켰다. 부안 주민 강모씨(64)는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집 안이 2∼3초간 흔들렸다”며 “보일러가 터지거나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전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접수된 인명 피해는 아직 없다.
규모 4.0이 넘는 내륙 지진은 주로 단층운동이 활발한 경북에서 일어났다.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은 규모 5.8로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두 번째로 큰(규모 5.4) 지진은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했다. 이후 정부가 시작한 단층 조사도 영남이 최우선이고 호남은 3~4단계 대상이다.
이번에 호남 내륙에서 규모 4.0이 넘는 지진이 발생하며 전국 어느 곳도 방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한반도 전역에서 규모 3~4 지진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지만 전북 내륙 지진은 극히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충남 부여에서 부안까지 이어지는 주향이동단층(수평으로 운동하는 단층)인 ‘함열단층’에서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함열단층은 해당 지역에서 확인된 유일한 단층이다.
이날 첫 지진 후 규모 3.1을 포함해 총 17차례 여진이 일어나면서 규모 4.8보다 더 강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경주에선 규모 5.1 지진이 일어난 직후 규모 5.8 지진이 바로 나타났다”며 “한동안 여진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오/오유림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