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12일 16: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세무사회 지회인 서울지방세무사회가 세무·환급 플랫폼 ‘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의 코스닥시장 상장 무산에 대한 축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상장 심사 과정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으로 의심되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한국세무사회는 해당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거래소와 자비스앤빌런즈 등은 사실 관계를 따져볼 예정이다.
상장 무산 공로? 한국세무사회 "개인 일탈" 일축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세무사회는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31회 정기총회에서 A교수에게 서울지방세무사회장 감사장을 수여했다. 이 과정에서 자비스앤빌런즈의 코스닥 상장을 막아낸 공로를 공식화했다.
정기총회에서 서울지방세무사회는 A교수가 상장 사전 심사 위원들에게 삼쩜삼의 위법 소지 및 미래 사업 지속 가능성 등의 위험을 적극적으로 알렸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세무사회는 "A교수는 한국세무사회가 거래소에 공문으로 의견서를 제출하게 해달라고 담당자를 설득했다"며 "해당 의견서 초안을 작성하고 최종본 검수까지 도왔다"고 했다.
이어 "거래소 직원이 국세청의 의견서를 제출 가능한지 문의하자 A교수는 한국세무사회에 국세청에 직접 공문을 보내 협조해줄 것으로 부탁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A교수는 직접 국세청 직원의 여론을 수렴해 거래소에 전달했다"고도 말했다.
A교수는 한국거래소 상장심사위원회 전 단계인 전문가 회의에 참석한 인물로 확인됐다. 전문가 회의는 본격적인 상장 심사 이전에 상장 예비 심사 청구 기업의 기술성 및 시장성에 대한 제3자의 평가를 진행하는 자리다. 상장 심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절차다.
한국거래소 전문가 회의 참석자는 일종의 비밀유지서약을 제출한다. 평가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해당 서약을 위반한 위원에 대해서 거래소는 전문가 회의에서 배제하고 손해배상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다.
서울지방세무사회가 공식적으로 이번 감사장을 수여하면서 A교수가 세무사회 측에 전문가 회의 참석 사실, 회의 내용, 심사 방향 등을 공유했다는 의혹을 '셀프'로 불러일으킨 셈이다.
한국세무사회는 행사에서 나온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국세무사회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준비한 서울지방세무사회 임원이 공적 사항에 대한 사실관계를 오인해 확인 없이 발표됐다"며 "해당 임원의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고 서울지방세무사회의 공식적 의견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서울지방세무사회 총회를 준비한 임원은 모두 자신이 지어낸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했다.
A교수 역시 감사장 수여 배경에 대해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A교수는 억울한 오해받게 됐다며 이날 해당 감사장을 서울지방세무사회에 반납했다.
일각에선 한국세무사회 내부 갈등에서 촉발된 해프닝이란 말도 나온다. 자비스빌런즈 상장 무산이 한국세무사회 특정 임원의 성과로 여겨지는 데 불만을 품은 일부가 A교수의 역할을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것이다.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공적 다툼이 극대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A교수에 감사장을 수여한 서울지방세무사회 집행부는 지난 10일 물러나고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섰다.
거래소·삼쩜삼 사실관계 파악 나서공식 석상에서 이뤄진 공개적 발언이었던 만큼 후폭풍은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한국거래소는 서울지방세무사회 등이 언급한 대로 심사 절차가 진행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개적으로 특정 기업의 상장을 무산시킨 ‘공로’를 인정했다는 점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내부 심사 프로세스가 명확한 상황에서 특정 인물의 요구에 따라 심사 절차나 방향이 바뀌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밀유지협약을 위반한 소지가 있는지에 대해선 사실관계 파악 후 내부적으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상장 심사 과정에서 한국세무사회 등의 조직적 방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진상 규명 및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영업기밀 등 주요 자료가 외부에 노출됐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관련 협회 및 스타트업 관련 단체 등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자비스앤빌런즈 관계자는 "사석이 아닌 공식 총회 자리에서 이뤄진 발언을 단순히 개인의 거짓말로 치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단순히 지어냈다기엔 지나치게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된 만큼 법적 절차에 따라 사실관계를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