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들은 어떻게 해서 한계산업에서 돈을 버는가 [김태엽의 PEF썰전]

입력 2024-06-12 09:44
이 기사는 06월 12일 09: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자 오랜만에 복귀했다. 짧다면 짧고 길 긴 1년 동안 휴식을 멈추고 완전히 젊어진 얼굴로 돌아온 김 대표였으면 참 좋았을 텐데 실상은 4-5번척추사이 디스크가 찢어지고 엘보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에도 쇠질을 멈추지 않았더니 손목을 넘어 이제 손가락마저 시큰 거린다. 그렇다. 곧 나의 검은 머리가 더 이상 유지되리라는 보장이 없는 한계 상황이 온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또 인생의 즐거움이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인생을 닮아 있는 우리네 사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사업, 특히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사업일수록, 출생률이 0.7을 밑돌고, 획기적 이민 정책은 아직 묘연하며, GDP 성장률은 2%를 밑도는, 즉, 전 세계 평균이하로 빌빌 거리는 나라에 사는 우리는 그야말로 성장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흠…

자, 그렇다고 여러분은 한계 사업을 나같은 사모펀드한테 낼름 팔아보고 도망만 갈 것이냐? 그럼 재미없지. 왜 재벌 그룹들은 한계 기업이라고 다 팔아먹는데 그걸 잡은 사모펀드들은 떼돈을 버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자 이제부터 왜 김대표 같은 사모펀드들이 (종종) 한계사업을 더 좋아하는지 한 번 얘기해보자.

나는 한계산업에 있는가?

일단 한계 산업이 뭔지 한 번 정의 해보자. 대충 내 감에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혹은 최소한 GDP 성장률 만도 못한 속도로 크는 산업은 한계 산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우리나라 GDP가 2%밖에 성장 안 하니까 그러면 4% 성장하는 사업은 고성장 산업인가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에는 내 마이너스 통장 이자율보다 낮은 성장을 한다면 상당히 후진 사업이라고 느껴진다. 자 그럼 5~7% 밖에 성장을 안 하는 사업 혹은 그 이하로 성장하는 사업은 어떻게 해야 되나? 이런 한계사업들에서 가치를 이끌어내는 데는 아주 간단한 공식이 존재한다. 두구두구두구. 그거슨 바로 독과점!

한계 산업이지만 완전 독과점 형태를 자리 잡는다면 이는 아무도 못 들어오는 꿀 같은 사업으로 변신한다. 이른바 철밥통 사업인 것이다!! 자 그러면 우리는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한계 사업을 어떻게 철갑통 사업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한계 사업에서 돈을 버는 원칙 (To-do’s)

1) 악착같이 돈을 버는 사업으로 줄여라
한계기업을 꿀단지로 바뀌어 본 첫 번째 비법은 우선 나의 한계기업이 어디서 돈을 까먹고 있는지, 아에 돈을 벌 수는 있는 사업인지를 판단해 보는 거다. 만약 전반적으로 성장이 멈췄는데, 이익도 못내면 답은 간단하다. 당장 팔아라. 팔수 있을 떄 팔아라. 아님 망한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아무리 후진 한계기업 중이라고 해도 최소한 한 두 개 아이템은 돈을 버는 경우가 있다. 아니 만약 돈을 못번다면, 최소한 하나의 제품이라도 어딘가 하나의 채널에서는 돈을 번다. (그것도 못하면 벌써 망했다!)
그래서 내가 한계라고 생각하면 우선은 (a) 왜 한곈지, (b) 어디가 한계인지를 알아 보는 게 중요하다. 즉 나 자신 (혹은 나의 사업 자신)을 알라는 것이다. 나의 후지디 후진 사업이라도 아직 안망하고 있다면 나름의 꿀 같은 하나는 보인다. 고걸 잘 찾아서 살리고 나머지는 싹 다 접으면 된다. 그러면 나의 사업은, 최소한 이익은 나지만 장래가 좀 불투명한, 그런저런 사업이 된다. 여기서의 핵심은, 줄여서 이익을 내는 거다. 확장이나 인수나 신사업 진출이 아니다 여러분!
필자의 회사가 수년전 투자했었던 금속 나사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개당 4전 정도 하는 후지디 후진 소형 나사 사업에 노조가 생기고 원재료 가격이 올라가면서 너도나도 팔아버리고 싶어하는 후진 사업이라는 누명이 씌워 졌을 때였다. 금속 가공은 멋있는 합금 사업이라는 패러다임이 판을 칠 무렵, 우리는 아시아와 미국에 있는 세 개의 아주 오래된 공장들을 하나로 묶어서 이른바 소형 나사 및 금속 가공전문 기업으로 만들었다. 이후 운이 좋게도 납품하고 있던 회사에서 남들이 다 들어가 있는 핸드폰 사업에 진출한다고 해서 손해를 무릎쓰고 납품해 주었다. 이후 이 회사는 안망하고 태블릿을 출시했고, 좀 있다가 시계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폰이라는 브랜드로 신사업에 뛰어 들었던 이 고객사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던 소형 나사 사업에서 성장이라는 뽕을 제대로 놔 주었다. 우리 회사는, 애플에 비하면 아주 후진 20%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 지금은 미국계 공구회사의 자회사가 되었다.

2) 시장 top 2가 되어라
성적은 비리비리 하지만 그냥저냥 밥값은 하는 (=영업이익 2-3%는 버는) 사업을 추려냈다고 치면, 두 번째 할 일은 경쟁 상황을 파악해 보는 거다. 만약 이렇게 고만고만한 사업인데 지금 4위 미만이라면 그것도 접어야 한다. 반대로 내가 3-4등 권이라면 치킨게임을 하는 한이 있어도 나보다 더 작은놈을 죽여서 2등이 될지, 아님 잽싸게 2등이나 1등한테 가서 팔고 튈지 빨리 결정해야 한다. 한계산업의 장점은, 그 산업의 후짐과 초기 투자 비용 (그 어떤 사업도 초기 진입비용이라는게 있다!) 떄문에 신규로는 아무도 안들어온다는 점이다. 물론 어느 미친 중국 공급자라면 새로 들어올 수도 있다. 그래서 해외 진입이 가능한지 꼭 봐야한다 (물류비, 인허가, 제조 원가 중 인건비 비중 등).
만약 지금 눈에 보이는 경쟁사들 사이에서 운좋게 살아남으면 철밥통이 될 수 있다. 그게 아니라, 내가 만약 이익이 간신히 나는 쥐구멍만한 4-5등이라면, 3등한테 팔든지 2등한테 팔면 그나마 본전 플러스 알파는 건진다. 근데 이런 기회가 그렇게 오래가진 않는다. 왜냐면 한계 기업이니깐. 즉, 나의 얇팍한 이익은 조만간 사라질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반대로 경쟁하는 다른 후진 회사가 접는 거 같으면 그 놈이 접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또는 내 생각보다 훨씬 싼 값에 누가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거라도 줏어먹던지, 아님 그 위기를 이용해서 거래처/고객사/유통채널/영업 및 기술 인력을 뺏아먹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궁극적으로 당신의 목표는 10년 내 그 한계 산업에서 1등 혹은 2등이 되는 거다. 3등도 궁극적으로는 의미가 없다. 10-20년전 모든이가 후지다로 말한 가전사업부를 보면 답이 나온다. 전세계 1등이라고 불리우는 L모 그룹이 수십년간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1등이 되고 나니 2등도 비리비리 간신히 이익을 낸다. 참고로 3-4등은 최근까지 다 망했다.

3) 10년간 버틸 succession plan을 만들어라
마지막으로 한계 기업을 굳이 끌고 나가면서 이걸로 먹고 살 생각이면 그 사업 자체는 후지더라도 그걸 운영하는 사람은 그나마 차세대들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된다. 그 말인 즉슨 40대 임원이 없는 한계 기업이면, 혹은 (기술 자체의 수준은 낮더라도)기술 집약도가 높은 편인데 그 기술자 양반들이 전부 다 60대라면, 답 나왔다 그것도 지금 팔아라. 팔 수 있을 때 팔아라. 그래서 본전이라도 건져라. 30-40대 임원을 꼬실 자신이 없는 사업이라면, 시장 2-3등한테 낼름 파는게 여러분의 만수무강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럼 이런 한계 기업을 굳이 돈 버는 기업으로 바꾸는 (무모한) 시도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뭘까?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에서 주의해야할 점 (don’ts)

1) 팔 수 있을 때 욕심 내지마라
아무리 후진 한계사업이라도 시장성이 잠깐 좋을 때가 있다. 특히 이런건 우리나라 코스닥에서 아주 자주 보이는 양상인데, 아무리 황당한 상장사라도 망하지만 않으면 10년 내 한 번은 본전을 건질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자자, 지금 물려있는 2000만 개미분들께 심심한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근데 이런 기회들이 딱 왔을 때 내리시는 제일 멍청한 결정은, 내 마음 속 깊이 한계 기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눈앞에 누가 사겠다고 덤비면“오 요거 봐라 내 사업이 팔리네?” 하고 헛된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이 떄 제일 멍청이는 2015년의 김태엽, 2019년의 김태엽 그리고 2022년의 김태엽이다). 자고로 당신 눈에 애매한데 다른 사람한테는 밸류가 있다는 소리는 그 다른 사람이 당신보다 ‘엄청난’ 고수라는 소리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돈이 귀할 때 누가 사겠다고 덤비는 건, 엄청난 준비와 작전을 미리 세우고 들어왔다는 이야기이다. 누가 사겠다고 덤빌 때 심각하게 받아드리고 가능하면 팔아라!

2) 비자발적 물타기는 금물
내가 존경하는 사부님 분 중 한 분이 더 유명한 책을 인용해 이런 예를 든 적이 있다. “정육점이랑 식당을 같이 하는데, 정육점에 손님이 없고 식당에 손님이 몰리면 어느 매장을 늘려야 하나?” 정답은 당연 식당이다. 그런데, 우리의 사업은, 혹은 우리의 주식 계좌는 종종 손실회피라는 본능에 따라 물려있는 사업에 혹은 주식에 더 많은 신경과 돈을 투입한다. 내 느낌적인 느낌의 한계기업이라고 생각될 때, 나보다 멍청한 혹은 나보다 더 Visionary한 사람이 와서 그 한계 기업을 사겠다고 할 때 그 오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가능하면 낼름 낚아채라. 당신한테 주어지는 돈으로 앞으로 미래를 밝게 빛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업이 있다. 거기서 새로 시작하라.

비자발적 물타기의 또다른 예는, 한계기업을 운영하는 조직 혹은 경영진을 가지고 뭐라도 해 본답시고 비관련 다각화를 하는 거다. 자고로 비관련 다각화를 한다는 소리는 맨땅에 헤딩을 한다는 소린데 그럴 거면 경영집도 새로 뽑아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비료 사업은 한계가 있으니 인공지능을 해보자는 식의 발상은, 결국 축구 구단주가 우리 선수들은 축구가 후지니 단체로 당구를 시켜보자는 거랑 똑같다. 반대로 내가 경영자인데 경영을 잘 못하면 경영을 그만해야 한다.

3) 지금하는 사업이 인생의 전부가 절대 아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꼭 하고 싶은 부분은 어떤 산업에서 내가 일을 시작했다고 그 산업에서 인생을 끝내는 거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거다. 당장 필자만 하더라도 이놈의 사모펀드를 한지 19년 됐는데, 그전에는 내 천직이 컨설팅인 줄 알았다. 물론 대학교를 다니면서는 교수가 천직일줄 알고 6년이나 심리학과 마케팅에 내 청춘과 머릿결과 피부를 바쳤다!

필자한테 본인의 한계사업을 과감히 매각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분들이 꽤 계신데, 그 중 적지않은 수가 싱가포르나 하와이로 가서 패밀리오피스라는 걸 만들어 놓고는 똘똘한 월스트리트 근처에서 일하던 젊은이들을 노예로 고용한 다음 주식 및 자산 투자를 맡기고 본인은 요트와 골프장을 전전하는 삶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럽의 많은 부호들이 그런 삶을 영위하고 있고, 필자의 꿈도 사실 그러하다!!!! (부럽다 여러분!!!)

고백하자면, 필자도 사모펀드라는 틀 안에서 요리조리 잔머리를 굴려 사람들을 새로 뽑아서 사모대출 팀을 만든 다음 (그렇다 연관 다각화), 2년째 적자에 허덕이면서 이제 간신히 BEP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개고생하다가 이제 또 이게 자리잡을 꺼 같으니 앞으로 3년 뒤에는 또 뭘 해볼까 고민하다가 주식 운용 및 헤지펀드 팀을 만들어 볼려고 이제 만 1년째 공부 중이다. 이렇듯 한 사업의 장인이 되는 것도 좋지만 그것만이 여러분이 유일한 선택이 될 필요는 없다.

바야로 N잡러의 시대이다. 사업도 N잡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하던 게 후지다라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더 잘할 사람한테 넘기고 여러분이 꿈꾸는, 혹은 더 잘해보고 싶은 걸 해도 좋다. 이렇게 정리해서 파는 것도 여러분들이 훌륭한 투자자로 거듭나는 첫 번째 단계가 될 수 있다.

한국이 기력을 잃어가는 게 아니냐고 요즘 안밖에서 난리이다. 이렇게 위기감이 고조되고 모든 이들이 몸을 사릴 떄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지금이 절호의 투자 기회라는 생각이 꿈틀 거린다. 한계사업이라고 모두가 포기한 혹은 방치한 것이 있다면 뒤져봐라. 주식에 물려있으면 주식 공부를 해봐라. 부동산에 물려있다면 경매 학교에 다녀 봐라. 그것도 귀찮은가? 그럼 다팔고 팔고 땅만파도 성장한다는 인도네시아나 인도로 가자. 그것도 귀찮다고? 아니 그럼 싹 팔아 잠실 김대표에게 맡기고 여러분의 몸뚱이라는 요트 위에 둥둥 띄우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