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주가 인공지능(AI) 전력 수요로 지금 뜨겁다지만 모든 종목이 다 오르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일부는 시장 대비 부진합니다. 수혜주를 보려면 북미·유럽 지역 매출과 유틸리티 분야 매출이 많이 나는지를 잘 보면 됩니다."
김효식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운용2팀장(사진)은 지난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에게 신재생에너지 종목을 고르는 원칙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관련주 주가가 급등했지만 오른 이유를 알아야 '옥석'을 가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팀장이 운용하는 'KODEX K-신재생에너지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는 올 들어 국내 상장된 주요 신재생에너지 관련 ETF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ETF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37.15%였다.
다른 국내 신재생 ETF들도 준수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HANARO 글로벌신재생에너지MSCI(합성)'는 3개월 간 10.69%, 'TIGER Fn신재생에너지'는 같은 기간 14.27%의 수익률을 올렸다.
김 팀장은 최근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들이 상승하는 배경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를 들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를 운용하기 위한 전력공급 설비 수요, 태양광, 전력저장장치(ESS) 등이 한꺼번에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전력설비 구축에 6개월~1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화력발전은 3년, 원자력발전은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 빠른 구축을 위해 태양광 발전과 ESS, 수소연료전지 등을 조합한 형태가 가장 많이 쓰인다는 설명이다.
미국 유틸리티 태양광 업체인 퍼스트솔라는 최근 3개월 동안 이후 주가가 72.55% 급등했고, 데이터센터용 수소연료전지 업체인 블룸에너지는 44.65%, ESS 업체인 플루언스에너지는 46.68% 올랐다. 국내 기업인 한화솔루션 역시 3개월 기준 주가가 19.81% 뛰었다.
김 팀장은 "태양광 발전이 데이터센터에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단"이라며 "발전 단가도 화력이나 풍력 발전 대비 저렴해지면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했다.
미국 행정부 주도로 전력설비 개선 사업도 함께 이뤄지면서 국내외 전력주 주가 역시 크게 뛰고 있다. 미국 친환경에너지 시민단체인 ACEG(American for a Clean Energy Grid)에 따르면 미국 내 주요 송전 권역망 10개 지역 중 즉시 교체가 필요한 'C등급' 이하를 받은 지역이 6개로 조사됐다. 미국 송전망 상당수가 노후화돼 즉각 교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북미 지역 초고압 변압기 교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변압기 제조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이튼은 올해 61.79%, 35.19% 상승했다. 북미 내 공급이 한국 기업에까지 이어지면서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각각 240.20%, 165.76% 치솟았다.
김 팀장은 "현재 국내 전력주는 급등 이후 일부 주가가 조정됐지만 하반기에도 재차 반등할 가능성은 남아있다"며 "초고압 변압기의 경우 발주가 2028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같은 신재생에너지 종목이라도 유틸리티 분야 매출이 적은 종목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했다. 가정용 태양광에너지 사업이 주력인 인페이즈에너지의 경우 최근 3개월 동안 주가가 1.54% 오르는데 그쳤다. 가정용 태양광 사업은 설치 비용이 커 금리 영향을 크게 받는데다 미국 송전망 개선 사업에 따른 수혜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신재생에너지 업체 역시 투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관세율을 크게 높이고 있어서다. 중국 태양광 업체인 진코솔라는 최근 3개월 간 13.16% 하락했고, 중국 해상풍력업체인 밍양스마트에너지는 같은 기간 2.2% 빠졌다.
김 팀장은 "중국 기업들은 무역 갈등으로 인해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매출을 올릴 가능성이 적은 편"이라며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ETF에서도 중국 비중이 높은 종목은 퍼포먼스가 저조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력주, 태양광주 다음으로 상승 배턴을 이어받을 종목으로는 수소주를 꼽았다. 특히 미국 정유업체들이 '블루수소' 사업에 뛰어들면서 이들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블루수소란 수소 추출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이용해 탄소 배출량을 줄인 수소다.
김 팀장은 "데이터센터용 수소연료 전지 수요는 증가 중이고 작년 10월 미국에서도 수소허브 지원 정책이 나오면서 수소를 이용한 발전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