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여의도'에 신한타운 생긴다

입력 2024-06-10 18:14
수정 2024-06-11 01:17
신한금융그룹이 ‘베트남의 여의도’로 불리는 금융특구 호찌민 투득시에 ‘신한타운’을 꾸린다. 동남아시아 최대 금융 거점 중 하나인 베트남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베트남 각지에 흩어진 그룹 내 5개사를 투득시 대규모 오피스빌딩으로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신한금융의 맏형인 신한은행이 입주를 시작한 데 이어 카드, 증권, 라이프, 디지털솔루션(DS) 등 나머지 계열사들이 다음달 입주를 목표로 속속 집결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베트남은 그룹 내 5개 계열사가 공동 진출해 있는 핵심 지역으로 협업 체계를 고도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 곳에 모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신한금융의 핵심 해외 진출 국가다. 2009년 베트남에 신한베트남은행을 설립해 첫발을 내디딘 후 국내 금융사 중 ‘현지화’에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지 않고 현지 고객들을 영업 대상으로 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은 이미 베트남 내 1위 외국계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베트남 현지 디지털화에 역량을 집중한 것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신한금융은 국내 금융회사 최초로 해외에 디지털 사업 전담 조직인 ‘퓨처 뱅크 그룹’을 신설해 디지털 전략을 맡겼다. 디지털전략본부, B.I.B사업단, ICT본부 등으로 구성돼 현지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독자적 권한을 부여했다.

신한은행은 2011년에는 신한비나은행을 인수합병(M&A)해 덩치를 키웠다. 이후 2017년 ANZ은행 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인수해 1위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 맨해튼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베트남에는 50곳의 은행 지점이 있고 증권·카드 부문까지 포함하면 현지 직원이 4000명에 달한다”며 “이익은 그룹 총이익의 5%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해마다 순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베트남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328억원으로 해외법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중 가장 많았다. 특히 2021년(1276억원)과 비교해 2년 새 82% 급증했다. 올해도 호실적이 기대된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신한베트남은행은 66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신한금융은 신한타운 집결을 계기로 계열사 간 시너지를 키워 베트남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신한은행을 성공 모델로 삼아 나머지 계열사도 현지화에 성공한다는 목표다. 신한카드는 베트남 푸르덴셜베트남파이낸스컴퍼니(PVFC)를 인수하며 얻은 비은행금융업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소비재, 자동차 할부금융 등 소매금융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신한투자증권은 기존 투자은행(IB) 위주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베트남 리테일 주식시장으로 영업력을 확장할 방침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