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금 체불 피해를 보는 저소득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해 약 2800억원 규모로 기금을 확충한다. 고물가, 고환율 등으로 내수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본지 1월 16일자 A25면 참조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이달 임금채권보장기금과 근로복지진흥기금의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2768억원을 증액한다고 10일 발표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노동 현장 민생 토론회’의 후속 조치다. 당시 윤 대통령은 악성 임금 체불을 근절하고, 체불 피해 근로자의 신속한 권리 구제를 약속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이날 고용부 충남 천안지청을 방문해 임금 체불 피해를 본 근로자들을 상담한 후 기금 확충 계획을 밝혔다. 이번 대책으로 체불 임금에 대한 대지급금 사업의 재원은 기존 4747억원에서 6963억원으로 2216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지급금은 임금 체불 근로자에게 정부가 우선 밀린 임금을 대신 지급(대지급)하고 나중에 사업주에게서 해당 임금을 받아내는 제도다.
임금을 체불한 사업체와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융자 지원 재원도 402억원에서 654억원으로 252억원 늘어난다.
아울러 중위소득 60% 이하 저소득 근로자의 의료비와 혼례비, 장례비, 양육비 등 긴급한 생활 자금을 연 1.5% 금리로 빌려주는 ‘생활 안정 자금 융자’ 사업 재원도 885억원에서 1185억원으로 확대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임금체불액은 75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359억원)보다 40.3% 뛰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건설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임금 체불 피해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번에 2800억원의 재원을 확충하면 근로자와 사업주 등 약 5만 명을 추가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고용부는 기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8월 대지급금 지급일 다음날부터 1년 이상 변제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신용 제재를 부과하는 조치가 시행된다. 상습적인 임금 체불 사업주에 대해 신용 제재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박상용/곽용희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