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사진)이 다음주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배터리,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그룹의 미래 사업과 관련해 10여건의 미팅을 소화할 예정이다. 29일 취임 6주년을 앞두고 있는 구 회장은 이번 방미를 통해 미래 사업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에 미국을 방문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합작해 만든 배터리셀 제조사인 얼티엄셀즈의 공장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올 3월에 완공한 테네시주 얼티엄셀즈 제2공장은 단기간에 수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북미 전기차 전초 기지로 빠르게 안착 중이다.
구 회장은 이번 출장길에 직접 현지 사업장을 둘러고 임직원을 독려하면서 동시에 리스크 요인을 파악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올 하반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배분 문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구 회장이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G가 그룹차원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등 배터리는 그룹의 미래가 달린 사업인 만큼 구 회장이 업계 동향과 LG의 사업 현황을 면밀히 살펴 왔다”며 “이번 미국 출장은 배터리를 중심으로 AI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구 회장이 출장을 마친 뒤 미래 사업 전략을 보다 구체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구 회장은 ‘AI 기업으로서의 LG’를 어떻게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알릴 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는 바이오, 클린테크와 함께 구 회장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은 ‘ABC’ 사업 중 하나다. LG그룹은 전세계 시장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LG 가전이라는 하드웨어와 데이터를 무기로 AI 빅테크와의 협력을 모색 중이다.
구 회장은 실리콘밸리에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LG가 투자한 글로벌 스타트업 관계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LG의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최근 투자한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기업인 엘리먼트에너지,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피규어 AI, 목소리 등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흄 AI 등이 미팅 대상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주도로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를 비롯해 10일(현지 시간) 열린 애플의 개발자 컨퍼런스 등 빅테크들의 AI 경쟁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며 “구 회장을 비롯해 한국 주요 기업의 CEO들도 이 같은 동향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