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폐교 활용법

입력 2024-06-09 17:59
수정 2024-06-10 00:22
대도시 출신 50대 이상이라면 국민학생(지금의 초등학생) 시절 이사를 한 것도 아닌데 ‘강제 전학’을 겪어야 했던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옆 동네 학교의 콩나물 교실에서 수업받다가 자신이 사는 동네에 학교가 신설되면 대거 전학을 해야 했다. 1970년대 학교 시설이 학생 수 증가 속도를 쫓아가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 됐다. 농어촌뿐만 아니라 대도시까지 덮친 ‘폐교 쓰나미’에 어쩔 수 없이 주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서 폐교한 초·중·고는 총 29곳인데 그중 서울 등 대도시 학교가 절반을 훌쩍 넘는 17곳이다. 올해는 전국 33개 학교가 문을 닫을 예정인데 지난 3월엔 개교 20년밖에 안 된 도봉고가 서울 일반계 고등학교 중 처음으로 폐교의 운명을 맞았다. 1980년 1440만 명을 넘던 학령인구(6~21세)가 올해 714만 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2072년엔 278만 명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누구도 학교의 역사가 지속될 거라고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저출생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기대도 어려운 만큼 폐교 문제는 계속해서 우리 사회의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지역소멸 가속화나 학생의 학습권 침해 등 논란도 이어질 것이다. 폐교 활용도 당장 해법이 필요한 문제다. 전국 폐교 3955곳 중 팔리지 않고 지역 교육청이 보유하고 있는 곳이 1346곳에 달한다. 그중 367곳은 매각도 임대도 안 돼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교육·사회복지·귀농지원시설 등으로만 쓸 수 있는 폐교재산 특별법의 엄격한 용도 제한 때문이다.

매년 450곳 정도의 폐교가 발생하는 일본은 2010년부터 ‘모두의 폐교’라는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지역사회 부활과 도시재생에 중점을 두고 폐교를 스타트업 육성시설, 사케 양조장, 고령자 숙박시설, 글램핑장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공모전 등을 통해 폐교 활용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규제를 풀 필요가 있다. 사라진 모교가 지역을 살리는 시설로 변신한다면 졸업생들도 서운함을 조금은 덜 수 있을 듯하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