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진행 중인 재판의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다음에 집행유예만 확정되어도 직을 상실한다"고 말했다.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대북 송금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이틀 연속으로 겨냥한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단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은 탄핵소추와 탄핵심판을 따로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도 형사소추와 형사소송을 용어상 구분해서 쓰고 있으므로 헌법 제84조에서 말하는 '소추(訴追)'란 소송의 제기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48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한 전 위원장은 이에 따라 대통령에게 새로운 형사 사건에 대한 공소 제기는 할 수 없으나, 이미 진행 중이던 형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 위원장은 "달리 보는 학자들도 있지만, 다 떠나서 중대범죄로 재판 중인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려 하는 초현실적 상황에 대해 우리 헌법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을 것 같다"며 "학계에서 심각한 논쟁 주제조차 안됐던 이유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다음에 선거범죄가 아니더라도 집행유예만 확정되면 대통령직이 상실된다"며 "선거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과 국회의원, 시장 등 선출직 공무원이 정치자금법 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직을 상실한다.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잃는다.
한 전 위원장은 "그제, 대북 송금 범죄 등으로 경기부지사에게 선고된 형량은 9년 6개월 실형이었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한 전 위원장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자기 범죄로 재판받던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경우, 그 형사재판이 중단되는 걸까요?"라며 "지금까지는 현실 세계와 거리가 먼 학술적 논의일 뿐이었지만, 거대 야당에서 어떻게든 재판을 지연시켜 형사피고인을 대통령 만들어 보려 하는 초현실적인 상황에서는 중요한 국가적 이슈가 될 거라 생각한다"며 이 대표를 저격했다.
이 대표는 현재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성남FC 관련 사건, 검사 사칭 관련 위증교사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등 3개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 중 위증교사와 선거법 위반 사건은 연내 1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1심 판결을 토대로 이 대표를 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에 대한 제3자 뇌물죄로 추가 기소할 전망이다.
이 대표가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도 상실한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