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중러 핵위협 줄이지 않으면 美 핵무기 더 배치해야 할 수도"

입력 2024-06-09 15:44
수정 2024-06-09 15:46
미국과 러시아의 핵 무기에 관한 갈등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에 대해 핵 위협을 줄이지 않으면 미국도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늘려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또한 이에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과 이를 반대하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둘러싼 기 싸움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중·북, 빠른 속도로 핵무기 확충”
프라나이 바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비통제·군축·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군비통제협회(ACA) 연례회의에서 “러시아, 중국, 북한 모두 핵무기를 위험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확충하고 다변화하면서 군비 통제에 적은 관심을 보이거나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3개국은 미국과 동맹, 파트너를 위협하며, 역내 긴장을 고조하는 방식으로 갈수록 서로 협력하고 공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일본 나가사키대 핵무기폐기연구센터(RECNA)는 지난 5일 공개한 2024년 판 ‘세계의 현역 핵탄두 수’를 통해 올 6월 기준 지구에 존재하는 핵탄두 수는 1만2120기라고 밝혔다. 이는 9583기의 현역 핵탄두 수뿐 아니라 퇴역·해체를 준비 중인 탄두를 포함한 숫자다. 특히 현역 핵탄두는 2018년 이후 전 세계에서 322기가 늘어났다.

현역 핵탄두 기준 국가별로는 러시아가 4380기로 가장 많았고, 미국(3708기)이 뒤를 이었다. 중국은 2018년 이후 260기가 증가하면서 현역 핵탄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국가다.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수는 50기로 지난 2018년 이후 최근까지 15기가 늘었다고 주장했다.

바디 선임보좌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새로운 핵 시대의 현실을 반영해 개정한 ‘핵무기 운용 지침’을 최근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침은 중국 핵무기의 증가와 다변화, 러시아·중국·북한을 동시에 억제할 필요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그는 “적국 핵무기의 궤도에 변화가 있지 않은 한 우리는 몇 년 뒤 현재 배치된 핵무기 숫자를 늘려야 할 시점에 도달할 수 있으며 우리는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할 경우 시행할 완전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당장 핵무기 보유량을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디 선임보좌관은 “우리가 경쟁국들을 성공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그들이 보유한 핵무기의 총합을 맞추거나 수적으로 앞서기 위해 우리 핵전력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 “美 핵무기 추가 배치하면 우리도 대응”
러시아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같은 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본회의에서 “핵무기 사용은 예외적인 상황에만 가능하고 (현재) 그런 경우가 왔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핵무기 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긴장의 여지를 뒀다.

다음날 8일(현지시간)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핵무기 배치 수를 늘릴 경우 러시아도 핵 교리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우리는 어느 누구와 어떤 대화도 중단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미국이 협상을 거부할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협상을 거부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 핵 잠수함, 쿠바 정박 예정
한편 미국 인근 쿠바에 러시아 핵 추진 잠수함이 입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 국간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쿠바 혁명군은 6일(현지시간)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러시아 핵 추진 잠수함이 12∼17일(현지시간) 쿠바에 입항해 정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바 군은 관영 매체 그란마를 통해 “핵잠수함 카잔호와 고르시코프 전함, 유조선, 예인선 등 4척으로 이뤄진 러시아 해군 선박이 아바나 항에 들어온다”며 “핵무기 운반용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 지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장병들은 쿠바에서 해군 참모총장을 접견하는 한편 역사적 유적지와 문화 시설 등을 방문한다고 쿠바 군은 덧붙였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