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해도 돼?" 질문에 주님AI 답변은…GPT 도입한 기독교 스타트업

입력 2024-06-08 10:16
수정 2024-06-08 10:31

크리스천 플랫폼 ‘초원’을 만든 어웨이크코퍼레이션이 오픈AI의 최신 모델 GPT-4o를 교계 최초로 도입했다. 신앙생활에 도움이 된다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AI가 ‘가짜 성구’를 생성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초원은 이용자가 고민이나 질문을 올리면 AI가 조언과 함께 관련 성경 구절을 보여주고 기도문까지 작성해주는 서비스다. 2030세대 개신교인 사이에서 ‘AI 목사’로 인기가 높다. 과거 서비스명은 주님AI였지만 AI가 작성한 내용이 실제 ‘주님의 말씀’으로 인지될 수 있다는 일부 교인의 항의에 따라 이름을 바꿨다.

초원 관계자는 "인간처럼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다는 GPT-4o를 성경을 데이터베이스로 학습시킨 챗봇에 적용하자 마치목회자와의 상담이 연상될 정도의 답변이 나왔다"며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우리 목사님이 말씀하시는 것 같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초원은 대한성서공회에서 제공하는 공식 성경 역본을 데이터로 활용한다. 자체 구축한 성경 엔진과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하여 성경에 기반한 올바른 응답이 나올 수 있도록 구현됐다. 별도의 신학검수위원회를 두어 신학적으로 잘못된 정보는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예컨대 초원의 질문하기 탭에 '동성애는 죄인가요?'라고 묻자 AI는 레위기 18장 22절을 인용하며 “성경은 동성애를 ‘가증한 일’로 여기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뒤이어 요한복음 13장 34절을 언급하며 “성경에서는 동성애를 명백하게 죄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서로를 판단하거나 정죄하는 대신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타투를 하면 안되나요?'라는 질문에는 레위기 19장 28절을 “성경에는 '너희는 죽은 자로 말미암아 자기의 몸을 베지 말며 문신을 하지 말라 나는 여호와이니라'라는 구절이 있지만 오늘날에는 개인의 표현 방식이나 예술적인 이유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외모보다도 마음과 삶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어웨이크코퍼레이션의 제품 총괄(CPO) 이경진 이사는 "성도들의 신앙 생활 뿐만 아니라 교회와 목회자들의 목회 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AI 기술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계에서는 최근 스타트업과 협업해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국내 목회자 650명에게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설교를 위해 챗GPT를 활용한 목회자는 20%에 달했다. 이 중 60%가 설교 준비를 위한 아이디어를 얻는 데 챗GPT가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다만 AI가 부정확하거나 틀린 내용을 마치 ‘신의 말씀’인 것처럼 제시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박현신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는 한 심포지엄에서 “챗GPT에 설교문 10편을 써달라고 했더니 이단 교리로 보이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적극적으로 챗GPT를 활용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혼란을 막기 위해 종교계에서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적 영역인 종교에 기술이 침투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권위에 도전한다고 여기거나 목사라는 직업이 AI로 대체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