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규제 개편 움직임에 서울 강남 일대 집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가 3.3㎡당 1억2500만원 수준에 거래되는 등 새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에서 신고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도 강남·송파 일대 토지거래허가제를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본격 상승장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9일 30억6000만원(26층)에 거래됐다. 같은 주택형 거래 중 지난 3월 금액(29억8000만원)을 넘어선 역대 최고가다. 3.3㎡ 기준으로 1억2500만원에 달한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서는 한강변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달 압구정동 신현대12차 전용 121㎡(6층)는 2020년 11월 기록한 신고가(31억5000만원)보다 16억1500만원 뛴 47억6500만원에 손바뀜됐다. 현대4차 전용 117㎡는 지난달 57억원에 매매됐다. 압구정 일대 단지는 정비사업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 있어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불가능하지만 앞다퉈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한강 프리미엄’이 없거나 준공 10년 전후인 아파트도 비슷한 분위기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지난달 24일 34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타입의 전고점은 2022년 4월 기록한 33억원이다. 이 단지 전용 114㎡ 역시 48억7000만원에 최고가를 새로 썼다. 도곡동 ‘래미안도곡카운티’ 전용 93㎡는 지난달 30억원으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평균 25억8135만원으로, 전고점을 찍은 2021년(26억949만원)의 99%를 회복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서초구(0.14%)와 강남구(0.12%), 송파구(0.14%)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권 아파트는 공급이 많지 않은 데다 부동산 침체기에도 가격 방어가 잘되는 편이다. 여기에 금리 인하 기대, 종부세 완화 가능성 등이 맞물리며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는 종부세 폐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취득세 중과 완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민주당에서도 1주택자에 한해 종부세를 없애겠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시가 강남 일대 토지거래허가제 완화 여부를 검토한 것도 시장에선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일대 아파트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오는 22일 만료된다. 시는 이달 중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재지정 혹은 해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