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중요한 질문 가운데 하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지’다. 누구나 죽음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막막해지면서 공포감과 두려움이 앞선다.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작’인지, 죽음 이후 세계에 관한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전 세계 출판 시장에서 죽음을 주제로 한 책의 출간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호스피스 전문의, 임종과 장례 전문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함께한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가까이에서 지켜본 타인의 죽음에 관해 전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욱 신비롭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죽음 이야기가 있다. 임사 체험을 하며 실제로 죽음의 순간을 경험한 당사자의 증언이다.
최근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내가 죽어가는 시간에(In My Time of Dying)>는 영화 ‘퍼펙트 스톰’ 원작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서배스천 융거가 경험한 임사 체험을 소개한 책이다. 전쟁 전문기자로 총탄이 난무하는 전쟁의 최전선을 누비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던 융거는 2020년 여름 가장 편안한 장소인 집에서 죽음과 마주했다.
그날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두 자녀와 함께 뉴잉글랜드 집에서 한가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쓰러진 그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완전히 의식을 잃고 말았다. 완벽한 어둠 속에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를 찾아왔다.
아버지는 “괜찮아, 아들아. 두려워할 것 없어. 내가 널 돌봐줄게”라고 말했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융거는 아버지를 만났고, 다음 날 아침 기적적으로 다시 깨어났을 때 그는 의료진에게 동맥류 파열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웅적인 의사들과 최첨단 의학 기술이 죽음에 거의 다다른 그를 살려냈다.
죽음의 순간 아버지를 만난 기적적이고 놀라운 경험은 융거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이끈다. 물리학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확고한 무신론자로 성장하면서 사후 세계에 전혀 관심이 없던 그는 인간이 죽은 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과학적이고 철학적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조사를 시작한다.
그는 자신처럼 죽음을 경험하고 살아 돌아온 축복받은 사람이 모인 집단에 합류해 그들과 대화하면서 각자 겪은 임사 체험에 시대와 문화, 종교를 초월한 놀라운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리고 과학이 발견한 세계와 아직 찾아내지 못한 세계를 오가는 인간 의식의 신비에 대해 질문한다.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든 갑자기 죽음이 찾아와 삶을 파괴할 수 있다는 비극적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러한 실존적 질문 앞에 서야만 할 때 한 사람의 마음과 영혼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책을 통해 저자는 자신과 임사 체험 경험자의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이러한 질문에 관해 차분히 답한다.
의학 드라마처럼 긴박감 넘치게 읽히는 <내가 죽어가는 시간에>는 지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던 한 사람에게 찾아와 말을 건 죽음에 관한 보고서다. 인간의 이성과 지식으로 영원히 해결할 수 없을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기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