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현충일에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내걸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부산 수영구 한 아파트 입주민이 논란 끝에 결국 욱일기를 철거했다. 해당 입주민이 의사인 것으로 알려지자 온라인에는 그의 실명과 병원명 등 신상정보가 노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6일 오전부터 부산 수영구 남천동 한 주상복합건물 고층 창문에 욱일기 두 개를 내건 입주민 A씨는 이날 오후 10시 30분께 욱일기를 철거했다. 대신 그는 집 현관문에 '여행 가서 아무도 없다', '대국민 사기극은 이제 끝났다'는 내용의 종이를 붙였다.
A씨는 지방자치단체와 법적 갈등을 빚는 문제를 공론화하려고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직업이 의사임을 밝히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헌절, 광복절에도 욱일기를 게양하겠다고 밝혔다.
욱일기는 결국 철거됐으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A씨의 의사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A씨 실명과 그가 근무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병원, 거주 중인 아파트 호실까지도 공개됐다.
누리꾼들은 "대한민국 의사 수준 뭐냐", "한국 땅에서 욱일기를 내건다? 그것도 의사가? 의사 면허 박탈해야", "내가 진료받는 의사가 저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끔찍"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동명이인인 의사가 근무하는 병원의 홈페이지의 서버가 마비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해당 의사 측은 "공교롭게도 이름과 직업까지 같아 당사자로 오해받고 피해를 입고 있다"며 "현재 신상이 털리고 있는 의사는 욱일기를 내건 의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A씨가 거주하는 곳으로 추정되는 집 현관 앞도 오물과 비난 글로 뒤덮인 상태다.
입주민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일장기를 여러 차례 내걸었다가 이날 욱일기를 달았다. 지난달부터 주변 민원과 항의 전화를 수십통 받아온 주상복합건물 관리사무소는 관계기관에 문의해봤지만 이 행위를 제재할 별다른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일장기·욱일기를 내거는 행위에 대한 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요즘 왜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지 모르겠다"며 "이럴 때일수록 비난과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이번 일들을 계기 삼아 강력한 처벌법을 만들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옥외물광고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