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시장에서 반값 이하로 떨어진 제주도 단독주택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살이 인기가 한풀 꺾인 데다 부동산 매매 시장이 침체하다 보니 수요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6일 경·공매 데이터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말 경매 시장에선 제주 한림읍 월령리에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대지 3041㎡, 연면적 311㎡·사진)이 감정가 21억여원의 반값 수준인 10억9000여만원에 팔렸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52.3%다.
바다가 보이는 이 단독주택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처음 경매 시장에 나왔지만 두 차례나 유찰됐다. 매각 대상에 맹지가 포함되는 등 위험 요인이 있지만 바다 영구 조망권을 갖췄다는 장점이 있다.
텃밭과 정원을 갖춘 전원주택도 반값 이하로 내려간 가격에 찾을 수 있다. 오는 25일 3차 매각이 진행되는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전원주택(대지 2825㎡, 연면적 259㎡)은 감정가(8억2000만원)의 반값인 4억여만원으로 최저 입찰가가 하락했다. 이 물건은 2층짜리 전원주택과 창고, 정원 등으로 이뤄졌다. 두 차례 유찰 후 2월 새 주인을 찾았지만 대금 미납으로 다시 경매 시장에 나왔다.
제주 구좌읍 평대리의 한 소형 단독주택(대지 343㎡, 연면적 84㎡)도 18일 3차 매각을 앞두고 있다. 두 번 유찰돼 최저 입찰가가 1억8200여만원으로, 감정가(3억7200여만원)의 반값 수준이다.
제주에 ‘반값 단독주택’이 잇따르는 건 집값 약세 속에 단독주택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제주도 단독주택 가격은 전월보다 0.05% 내렸다. 2022년 10월(-0.01%) 하락 전환한 이후 30개월 연속 내림세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제주 지역 단독주택은 대체로 외곽에 있어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생활 편의시설도 적어 환금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