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육아퇴직’ 제도를 잇달아 도입한 이유는 양육 여건 개선을 요구해온 직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서다. “2~3년간 아이를 돌본 후 다시 회사로 돌아와 일할 기회를 얻고 싶다”는 직원이 많아지자 이를 제도화하고 나선 것이다. 육아퇴직 제도가 정착되면 출산과 양육의 걸림돌로 꼽혀온 ‘육아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과 ‘경력 단절 우려’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시행에 들어간 육아퇴직 제도는 각각 퇴직 후 3년, 2년6개월 후 다시 입사 기회를 주는 게 핵심이다. 입행 후 3년 이상 근무한 직원 중 육아휴직 잔여 기간이 6개월 이하면서, 자녀가 만 7세 이하인 직원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퇴직 처리된 후 재채용 시 그만두기 직전 호봉과 인사평가 이력을 인정받는다. 통상 6개월~1년인 육아휴직과 달리 오랜 시간 육아에 집중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재직 상태를 유지하고 근속기간에 포함되는 육아휴직과 달리 육아퇴직 기간은 근속연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경력 단절 우려 없이 육아휴직보다 훨씬 긴 기간 양육할 기회를 얻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국민은행 입행 13년 차인 A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육아퇴직 제도 덕분에 퇴사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미 1년6개월씩 두 차례 육아휴직을 사용했기 때문에 셋째 출산을 앞두고 복직과 퇴사를 놓고 고민해왔다. 그러던 A씨는 올초 국민은행에서 처음으로 시행한 육아퇴직을 신청하면서 한숨 돌렸다. 은행권 남성 최초 육아퇴직자인 A씨는 “재채용 조건부 육아퇴직 제도를 활용해 육아에 좀 더 전념할 수 있게 됐다”며 “3년 후 복귀할 수 있다는 점이 심리적으로 큰 안정감을 준다”고 말했다.
같은 은행 B씨도 육아퇴직 덕을 크게 봤다. 난임으로 고생 끝에 아이를 얻었지만 일과 양육을 병행하다 보니 아이는 일곱 살이 될 때까지 친정어머니 손에서 자랐다. 눈에 밟히던 아이와 3년간 함께할 기회를 준 육아퇴직은 ‘가뭄 속 단비’로 여겨졌다. B씨는 “3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져 양육과 더불어 그간 함께하지 못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육아퇴직 제도를 적극 도입·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력 단절 없이 일과 가정 모두 지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적대로 한국은 여성이 직장과 가정을 병행하는 게 특히 어렵다”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육아퇴직 제도가 저출생·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입사-퇴사-입사’가 자유롭게 반복되는 이른바 ‘n퇴(n번+은퇴) 시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 퇴직자의 재채용이 활발한 일본처럼 국내 금융권 역시 육아퇴직은 물론 희망·정년 퇴직자의 재취업 사례가 늘고 있다”며 “퇴직과 재입사가 반복되는 현상이 금융권을 넘어 다양한 업종에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