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구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를 만드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국내 대표 문구업체 모나미의 송하경 회장(사진)은 지난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필기구를 단순히 쓰고 기록하는 도구라는 시선에서 ‘생각하는 도구’로 재정의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4년 만에 언론 인터뷰에 응한 그는 “필기구가 생필품인 시대는 지났다”면서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낼 수 있는 가치 있는 상품으로 발돋움하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나미의 주력 제품인 ‘모나미 153 볼펜’은 1963년 최초로 국내에 출시돼 필기구계에 혁명을 불러왔다. 당시 주로 쓰던 만년필이나 잉크 펜과 달리 번짐 없이 글씨를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티나게 팔려 외형만 비슷한 짝퉁 볼펜 ‘몬나니’ ‘모라니’ 등이 등장할 정도였다.
61년 동안 ‘나의 친구’란 회사 이름대로 국민 필기구 업체로 자리매김한 모나미는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우며 브랜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153 볼펜에 ‘세련미’를 덧입혀 프랑스 문구업체 ‘몽블랑’과 같은 명품 브랜드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모나미는 153 볼펜 출시 50년을 맞은 2014년 ‘153 리미티드 1.0 블랙’을 1만 자루 한정판으로 선보이며 프리미엄 전략을 본격화했다. 송 회장은 “제품 가격이 300원이던 153 볼펜을 2만원대에 판매하는 게 상술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했다”며 “출시 이틀 만에 제품이 동나 문구류 고급화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모나미는 ‘153 러브’ ‘153 독도’ ‘153 패션’ 등 10여 개 프리미엄 볼펜을 잇달아 선보였다. 송 회장은 “프리미엄 문구류의 매출 증가율이 연평균 16%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MZ세대를 겨냥한 커스터마이징(개인 맞춤) 제품과 한정판 제품을 출시해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해 나간다는 게 송 회장의 구상이다.
기술력을 활용한 신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월 색조화장품 회사 모나미코스메틱을 설립한 게 대표적이다. 송 회장은 화장품산업으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독일 문구 브랜드 ‘스타빌로’에 빗대며 “모나미는 60년 이상 업력으로 쌓아 온 색조 배합 기술과 사출 금형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컬러를 구현해야 하는 화장품산업은 모나미가 지닌 기술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분야”라고 자신했다.
패션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으려는 노력도 한창이다. 모나미는 지난해 6월 이상봉 디자이너와 협업해 모나미 153의 블랙 앤드 화이트 색상을 의류 디자인으로 새롭게 해석한 ‘모나미룩’을 선보였다. 올 3월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오닐과 협업해 모나미룩 스타일의 스포츠의류를 내놓기도 했다.
이를 통해 모나미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가꿔 가겠다는 계획이다. 송 회장은 “다양한 산업과의 협업은 모나미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만들어가는 출발점”이라며 “모나미만의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