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스타트업, 탄소배출권 시장 진출한다

입력 2024-06-05 18:07
수정 2024-06-06 01:02
유럽연합(EU)과 한국의 탄소배출권거래 시장 제도가 개편됨에 따라 부산과 울산지역 기업이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EU는 해운업을 탄소배출권거래 대상에 포함했고, 한국은 내년부터 위탁거래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부산시도 블록체인과 핀테크 등 관련 지원 사업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지역 금융산업 체질 개선에 나선다.


부산지역 스타트업 맵시와 지구를구하는인간(지구인)은 글로벌 해운 탄소금융 사업에 공동으로 진출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나섰다고 5일 밝혔다.

맵시는 선박 내비게이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위성 데이터를 사용해 전 세계 선박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출시 석 달 만에 국내 시장 점유율 24%를 달성했으며, 독일과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했다. 지구인은 블록체인 기반의 탄소배출권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임원 출신 전문가가 모여 창업한 사례로, 항공업계 탄소금융 적용과 자율 탄소배출권 가치 평가 등에서 전문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기업은 EU가 유럽탄소배출권거래(ETS) 시장의 거래 대상에 운송산업을 포함했다는 점에 착안했다. 김지수 맵시 대표는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EU 해역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규제 폭이 확대된다”며 “선박 내비게이션 기술과 블록체인 기반의 배출권 거래 플랫폼이 결합하면 강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맵시는 선박 내비게이션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려 선박 운항 데이터를 확보하고, 지구인은 이 데이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공개한다. BNK금융지주와 IBK창공도 협업에 나선다. 탄소배출권 현물과 선물 운용 전반을 다뤄 선박의 탄소 배출량 계산을 넘어 금융 거래에서 차별화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BNK금융지주 관계자는 “두 기업 모두 각자 영역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춰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독일 현지의 맵시 해외 법인을 활용해 해운업 중심의 ETS 주도권 확보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이산화탄소포집(CCS) 기술을 바탕으로 종합 에너지 컨설팅 사업에 진출하는 제조업체와 건물용 에너지 절감 기술을 앞세운 울산지역 스타트업이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의 제도 개선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이르면 내년 2월께 탄소배출권거래 당사자만 참여하는 현재의 시장 구조에 위탁 중개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어서다. 지역 중견기업 파나시아는 이달 가동에 들어가는 그린 EPC센터를 중심으로 설계와 CCS 등 친환경 설비 시공을 아우르는 사업을 추진한다. 울산 지역 기업 엔엑스는 냉난방, 조명, 콘센트 등의 제어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방안을 내놨다. 현재 ‘세계 최초’를 목표로 탄소배출권을 인정받기 위해 제도적 절차를 밟고 있다.

부산시는 블록체인과 핀테크 등 지원 사업을 통해 맵시와 지구인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한편 지역 대학과 금융산업의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김효경 부산시 금융블록체인담당관은 “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형태의 금융 관련 기업이 부산에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