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신도시의 한 비인가 국제학교가 허위 홍보로 학생을 끌어모은 뒤 더이상 자녀를 보내지 않겠다거나, 등록을 취소한 학부모 환불 요구를 받아주지 않아 논란이다. 최근 학교가 사실상 폐교된 바람에 재학 중인 학생 10여 명이 하루아침에 갈곳 없는 ‘교육 난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는 학교는 커녕 학원으로도 등록되지 않아 교육청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지적이다. 환불 요구 '나몰라라', 하루 아침에 폐교 5일 인천연수경찰서는 세인트마틴국제학교 이사장 나모 씨(48)를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나 씨는 학기 시작 전 또는 학기 도중 환불을 요구한 학부모들의 돈을 돌려주지 않아 고소당했고, 지난달 30일 경찰에게 교내에서 긴급체포됐다.
세인트마틴국제학교는 2021년 9월 송도에 나 씨가 연 ‘온타리오국제학교’가 전신이다. 학비는 연 2000만~3000만 원선. 지난해 9월 확장 이전하며 교명을 바꿨다. 한 때 재학생이 80명에 달했지만, 부실한 수업에 실망한 학생들이 점차 이탈했고, 학교 운영 중단 전 마지막으로 남은 재학생은 유치원과 초중고 과정을 합쳐 10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9월부터 환불을 받지 못했다고 모인 피해 학생은 총 27명이다. 학부모를 대리하는 변호사 A씨는 “2년여전 온타리오국제학교 때부터 합치면 환불 거부 피해자는 100여명 수준”이라며 “총 피해액은 3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올초부터 교사 월급을 체불하고, 건물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엔 임대료 체납으로 인천지방법원이 강제집행에 나서기도 했다.
재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모집 과정에서 나 씨가 졸업생 진학에 대한 거짓 정보를 알리고, 재학생 수를 부풀리는 등 허위로 홍보해 환불을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학부모 B씨는 “입학 상담에서는 아이 또래 학생이 10명 있다고 해 등록했는데 개교날 보니 해당 학년에 우리 아이 1명 뿐이었다”며 “환불을 거부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왔다”고 말했다.
교사 부족으로 수업도 파행으로 이뤄졌다. 학부모 C씨는 “초·중학생은 여러 학년을 합쳐 반을 꾸렸고 고등학교 반엔 아예 선생님이 없었다”고 전했다.관리 사각지대 '비인가 국제학교'
나 씨가 검거된 뒤 끝까지 남았던 교사 4명이 지난달 31일 사직서를 쓰고 학교를 떠나자 학생 10명은 갈 곳을 잃었다. 부모들은 급히 중도 입학이 가능한 국제학교를 알아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은 학교 대신 협동조합으로 운영돼 학교 재정, 교사 수, 시설 기준 등에 대한 관리를 받지 않았고, 학생이 정규 학교로 옮길 때 학력을 인정받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학부모들은 환불 거부에 대해 인천시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학교로도, 학원으로도 등록돼 있지 않아 환불에 대해선 교육청이 할수 있는 게 없다”고 답변 받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2월 해당 비인가 학교를 초·중등교육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인가받지 않고 학교 명칭을 달아 의무교육 과정인 초·중학 교육을 하면 불법이다.
그동안 교육부가 비인가 국제학교 관리에 손을 놓아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업계에선 세인트마틴과 같은 비인가 국제학교가 전국에 약 80여곳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정부의 실태조사는 10년 전 실시된 ‘고가(高價) 국제형 미인가 대안교육시설 특별점검’이 마지막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암암리에 운영되는 비인가 학교에 대해 정부 차원의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