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문재인 정부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진보 정부의 경제성과를 강조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GNI)의 '앞자리'가 바뀐 시점을 언급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5일 경제의 상황을 더 잘 포착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 기준년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개편한 결과 이 내용은 절반만 맞는 것이 됐다. 1인당 GNI 3만 달러 달성 시점이 상당 폭 앞당겨져 문 정부 때가 아닌 박근혜 정부 때 이미 3만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수정됐기 때문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국민계정 2020년 기준년 1차 개편 결과(2000~23년)'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NI는 지난 2014년 3만798달러로 집계됐다. 기존의 GDP 집계 기준에선 2017년 3만1734달러로 처음 3만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기준년 개편으로 달성 시점이 3년 앞당겨졌다. 2만 달러 돌파 시점은 2006년(2만700달러)에서 2005년(2만513달러)로 바뀌었다.
GDP 기준연도 개편은 국민경제의 구조 변화에 대응해 국민계정 통계의 현실 반영도를 높이기 위해 기초자료 작성 주기에 따라 5년마다 실시하는 것이다. 2015년에는 없던 산업이 2020년에는 활발하게 부가가치를 생산할 경우 누락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새롭게 포착해 경제 상황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개편의 경우 경제총조사(2022년 6월 발표)와 실측 투입산출표(2024년 4월) 발표를 토대로 산업별 총산출과 부가가치, 부문별 수요 등을 조정했다.
기준년 개편 결과 명목 GDP는 2000~2023년 연평균 74조원 증가했다. 2023년의 경우 기존에는 2236조원이었지만 개편 후 7.4% 증가한 2401조원으로 바뀌었다. 2400조원 고지를 처음으로 넘었다.
실질 GDP 성장률은 2001~2023년 중 연평균 3.6%로 2015년 기준년에 비해 0.1%포인트 상향 수정됐다. 1인당 국민소득(GNI)은 2001~2023년 평균 4.7% 증가해 기존에 비해 0.2%포인트 더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1인당 GNI 규모는 1263달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만달러, 3만달러 달성 시기가 앞당겨진 것이다.
경제 구조 변화를 살펴보면 서비스업과 건설업의 총부가가치 비중은 하락한 반면 제조업은 상승했다. 서비스업으로 포착되던 기업내 연구개발 일부가 제조업으로 이동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