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철강사는 이미 야간조업·수시 가동중단

입력 2024-06-04 18:33
수정 2024-06-05 01:28
일본 철강업계는 2010년대부터 설비를 감축하고 야간에만 공장을 돌리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건설, 부동산 투자가 감소한 탓이다.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일본제철, JFE스틸, 고베스틸 등 일본 철강사들의 평균 공장가동률은 70~75% 수준이다. 규모가 작은 철강사는 60% 안팎이다. 가동률이 이 수준에 머무른다는 건 수요에 따라 전기로를 끈다는 의미다.

직접적인 이유는 건설 투자 부진이다. 철근을 많이 쓰는 아파트나 빌딩 신축이 줄어 공급을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 일본은 1996년부터 건설 투자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후 시차를 두고 주요 철강제품 수요가 감소했다. 2006년 1133만t에 달하던 봉강(철근의 한 종류) 시장은 지난해 800만t짜리 시장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 건설 투자가 감소한 것은 2017년부터다. 일본이 인구 정점(2010년)을 찍기 14년 전부터 건설 투자가 줄어든 것처럼 한국도 인구 정점 예상 시기(2030년)보다 13년 앞선 시점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 사례를 그대로 따라간다면 국내 철근 수요는 2030년 800만t 안팎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은 줄어든 수요에 맞춰 수시로 설비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노후 설비를 철거했다. 작년 9월엔 히로시마 제철소 설비를 모두 없앴다. JFE스틸도 지난해 9월 게이힌 공업지역의 설비를 철거하며 철근 등 강재 생산능력을 연 400만t에서 200만t으로 줄였다. 대신 고부가가치 강재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30%에서 60%로 높이기로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일본 철강사는 주말마다 전기로 가동을 중단한다”며 “한국 철강사들도 설비 효율화를 서둘러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형규/성상훈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