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산유국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석유·에너지 종목이 고공행진했다. 가격제한폭까지 주가가 치솟은 관련 종목이 속출했다. 하지만 개발이 가시화하지 않은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배관용 파이프(강관)기업인 동양철관은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가격제한폭(29.98%)까지 오른 1175원에 마감했다. 산업용 아스팔트를 비롯해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한국석유도 가격제한폭(29.81%)만큼 상승한 2만3300원에 장을 마쳤다. 화성밸브 역시 29.94% 뛴 66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세 종목은 나란히 이틀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 종목의 급등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발표와 맞물린다. 윤 대통령은 전날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 일대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석유가 생산되면 석유를 수송할 파이프와 장비, 관련 석유화학 제품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가 번졌다.
이날 흥구석유(18.40%) 대성에너지(13.74%) SNT에너지(11.74%) 등 석유·가스 에너지 종목도 나란히 오름세를 보였다. 흥구석유는 전날부터 이틀 동안 35% 뛰었다. 국내 석유 개발과 무관한 종목도 이날 급등했다. 투자자 자금을 모아 미국 앵커유전에 투자하는 상장펀드인 한국ANKOR유전은 29.89% 올랐다. 2011년 설정된 이 펀드는 앵커유전의 현금 창출력이 쪼그라들자 2022년 보유 자산 상당수를 매각했다. 남은 자산도 배당으로 분배하는 등 청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외 천연가스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 역시 줄줄이 4%대 상승세를 보였다. ‘KB 블룸버그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은 전날 8.38% 상승에 이어 이날 4.86% 올랐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사업 진척도 등을 꼼꼼하게 따진 뒤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매장량과 채굴 난이도, 채산성 등이 안갯속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발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2035년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가스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매장량은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시추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정부는 시추 성공률을 20%로 추산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전을 개발해 수익이 나기까지는 7~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사업이 좌초될 수도 있다”며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등한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