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조합원 부풀리기’로 근로시간 면제자를 늘려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 계열사 다섯 곳을 아우르는 삼성초기업노조는 이 같은 내용을 사내 게시판에 올리고 공개 저격했다. 오는 7일 전삼노가 주도하는 단체 연차휴가 형식의 파업을 앞두고 노노 갈등이 극대화하는 양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초기업노조 DX지부장 A씨는 전날 사내게시판에 ‘DX지부에서 전삼노의 비위 행위를 알립니다’라는 글을 통해 전삼노의 비위 행위를 폭로했다. 이 글은 삭제됐지만 블라인드 등을 통해 삼성 사내로 확산하고 있다.
A지부장에 따르면 전삼노는 2020년 노조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비노조원인 일반 직원의 사내계정 정보를 도용해 조합원으로 허위 등록했다. 조합원 수에 비례해 근로시간 면제자가 늘어난다는 점을 악용해 조합원 수를 부풀렸다는 주장이다.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란 단체협약 또는 사용자의 동의 하에 노조 간부 등이 노조 대표활동을 위해 쓰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근로시간 면제자는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노조 규모에 비례해 타임오프 총시간과 쓸 수 있는 인원의 한도가 정해져 있다.
전삼노는 2022년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에서 조합원이 400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측은 1만5000시간 이상의 근로시간 면제를 부여했다. 현재 풀타임 근로시간 면제자는 손우목 위원장 등 여덟 명이다.
전삼노가 2022년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와 결탁해왔다는 폭로도 나왔다. A지부장은 2022년 이현석 금속노조 전략조직국장이 전삼노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었다는 증빙 자료를 올렸다. 금속노조는 지난 4월 전삼노의 투쟁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지난달 2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전삼노 집회에 조합원 약 200명을 보냈다. A지부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전삼노와 민주노총은 2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왔다는 얘기다.
이 같은 폭로에 삼성 내부에서도 전삼노 활동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블라인드엔 ‘민주노총 수년 전부터 붙어먹고 이득은 어디 감?’ ‘전삼노=입꾹닫’ 등 성토성 글이 쏟아졌다. 전삼노 조합원 중 탈퇴를 고민하는 이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전삼노가 조합원에게 요청한 단체 연차휴가 방식 파업의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