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난해 신(新)에너지 차량 판매 대수는 887만 대로 전 세계 판매량의 64%를 차지했다.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의 30%에 이른다. 신에너지 차량이란 순수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를 포함한다. 이는 2020년 말 중국 정부가 발표한 ‘신에너지 자동차산업 발전 계획’의 목표치를 조기에 달성한 수치다. 당시 제시한 목표치는 2025년에 700만 대 판매, 자동차 판매량의 25% 달성이었다. 주요 추진 과제는 ‘3종3횡’(3종은 신에너지차 3종이며, 3횡은 배터리, 모터와 전력전자, 커넥티드 및 스마트화)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기반 기술 혁신 플랫폼 구축 및 공공서비스 능력 향상이었다. 올바른 방향 제시와 일관된 지원이 일군 개가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의 상승세는 올해도 강할 것으로 보인다. SNE리서치 전망에 따르면 올해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의 세계 판매량은 1641만 대로, 이 중 중국 판매량이 61%(997만 대)에 이른다.
중국의 신에너지차 선두 업체는 단연 비야디(BYD)다. 작년 한 해 총 288만 대를 팔아 전년 대비 59% 증가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대부분 내수 판매지만 수출도 11만 대로 전년에 비해 6배 늘었다.
물량뿐 아니라 기술 발전도 눈여겨봐야 한다. 단적인 예가 샤오미의 순수전기차 SU7 출시다. 애플이 전기차 사업을 포기할 즈음 샤오미는 4000만원대 전기차를 출시했다. 주행거리가 700㎞, 제로백은 5.28초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중국의 과도한 물량 공세다. 50여 개에 가까운 전기차 제조업체가 쏟아내는 물량은 가격 인하를 부추기는 치킨게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조금 제도가 중국은 물론 독일에서도 폐지되고, 미국과 유럽은 자국 전기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포함한 각종 무역장벽을 쌓으면서 시장의 캐즘 현상이 촉발됐다. 최근 미국이 중국 전기차에 관세를 100% 부과한 것이 그 예다.
전기차 시장의 심각한 캐즘 현상 탓에 미국과 유럽은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미국은 2032년 순수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67%에서 56%로 변경했고 유럽은 배출가스 기준치를 승용차의 경우 2030년 7월까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유의할 점은 속도를 조절한 것이지 방향을 바꾼 것은 아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기 위한 친환경 정책에서 현실적으로 전기차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기차만이 아니라 미래차가 요구하는 자율주행 및 SDV(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 기술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에서 테슬라의 완전자율 주행 데이터가 안전 검사를 통과했는데, 이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중국의 자신감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올해 베이징 모터쇼에서 나타난 것처럼 SDV 기술 면에서도 중국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중국은 내연기관 차량에서는 도저히 선진국을 추월할 수 없음을 깨끗이 인정하고 미래 신기술에 올인함으로써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다만, 자동차 업체의 과도한 난립으로 향후 예상되는 심각한 구조조정의 늪을 어떻게 헤쳐 나올지에 이목이 쏠린다. 더불어 자동차산업에서 기본 기능인 품질, 안전, 보안 등에서 고객의 만족을 쌓아 가며 브랜드 파워를 높여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여하튼, 미래차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시장 규모뿐 아니라 기술과 브랜드 파워를 포함하는 제반 영역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